자사주 소각 나서는 미래·키움…신영증권은 31년째 '소각 0'
민주당 "자사주 1년 내 의무 소각…지배력 강화 악용 안 돼"
신영증권, 발행 주식 절반이 자사주…소각 시 경영권 흔들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키움증권(039490) 등 주요 증권사들이 잇달아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한 신영증권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자사주 매각 시 오너 일가의 경영구도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8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500만 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1억 주 이상을 단계적으로 소각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도 내놓은 바 있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가치(EPS)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자기주식 1년 내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자사주가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돼온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자사주를 취득한 후 1년 내 반드시 소각해야 하며, 임직원 보상 등 예외적 사용을 원할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키움증권도 자사주 소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3월 105만주의 자기주식 소각을 완료했고, 내년 3월에는 기존 보유수량 69만 5345주와 올해 7월 취득한 자사주 20만 5112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반면 신영증권(001720)은 1994년 첫 자사주 매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사주를 소각한 적이 없다. 현재 자사주 비중은 전체 발행주식의 51.23%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다. 자사주를 제외하면 실질 유통 주식 수가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그동안 신영증권의 자사주는 오너 일가의 낮은 지분율(약 21%)을 보완하기 위한 사실상의 '의결권 방어 장치'로 작용해왔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전체 유통주식 수를 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너 일가의 실질 지배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다. 신영증권이 보유한 842만 주(51.23%)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는 줄지만, 외부 주주 지분 비중이 커지면서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즉, 원국희 신영증권 명예회장(10.42%)과 장남인 원종석 회장(8.19%)을 비롯해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현재 21%에서 44%로 올라가지만 소액주주의 몫은 56%가 된다.
상속 이슈가 남은 신영증권 입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기대감에 올해 2배 오른 주가도 부담이다. 현행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최대 60%에 달해 상속 시 실질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면 주주가치제고를 최우선으로 개정안을 준수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003540) 역시 올해 3분기 기준 양홍석 부회장의 지분율은 9.83%, 어머니인 이어룡 회장 지분 2.57%로 특수관계인을 합친 오너일가 지분(의결권 있는 주식)은 16.54%에 불과하다. 대신증권의 자사주 비중 역시 25.1%로 높은 편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소각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고, 법 개정 내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엄격한 감독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일부 기업이 교환사채(EB)를 통해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게 매각하려다 금감원의 재공시 요구로 계획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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