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익은 달고 세금은 쓰다"…서학개미, 연말 매도 딜레마

400만원 벌면 33만원이 세금…비과세 구간 넘기면 세금 부담↑
AI 버블 우려 vs 금리 인하 기대…"세금·환율·변동성 고려해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80원대에 근접하면서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기술주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고 환차익까지 발생하면서 팔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만만치 않은 세금이 부담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엔비디아를 매수한 투자자의 현재 주가 수익률은 약 31.9%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도 6.4%가량 올라 환차익이 더해지면서 실제 체감 수익률은 이보다 더 높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평가액은 약 1401만 원으로, 401만 원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해외주식 양도차익은 연간 250만 원까지 비과세되며,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는 22%의 세율이 부과된다.

엔비디아 투자로 발생한 401만 원 중 250만 원을 제외한 약 151만 원이 과세 대상이다.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약 33만 원 수준이다.

환율 상승으로 원화 평가액이 불어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팔아야 한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지만, 비과세 구간을 넘기는 순간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 고민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버블 우려는 매도를 고민하게 만든다.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 엔비디아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인 '팔란티어'(PLTR)는 이달 들어 17.5% 넘게 급락했다. 유명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풋옵션을 들고 있다고 밝히면서 비관론이 확산한 영향이다.

반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매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리 인하는 주가 상승에 긍정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12월 연준이 0.25%포인트(p) 금리 인하할 가능성을 83%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구간 진입으로 '팔면 다시 사기 어렵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반면 환율이 다시 내리면 평가 수익이 줄어든다"며 "미국 주식은 세금, 환율 레벨, 종목 변동성을 모두 고려해야 해 셈법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