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증권사 직원이 가족 계좌로 슬쩍"…5년 8개월간 차명거래 3600건

메리츠증권 '종목 최다'…삼성증권 '금액 최대'
추경호 의원 "차명거래, 금투업 신뢰 훼손…관리체계 마련해야"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혜원 김도엽 기자 = 증권업계 임직원들이 최근 5년 8개월 동안 3600개 넘는 종목을 불법 차명거래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의 허술한 규제 속에서 차명거래가 이어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소속 임직원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차명계좌를 사용해 총 3654종목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008560) 임직원들이 차명계좌로 거래한 종목 수는 총 1711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증권(016360)(1071종목), 하나증권(444종목), 신한투자증권(008670)(201종목) 순으로 차명거래가 많았다.

금액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차명계좌를 통한 거래 총액은 76억 7500만 원에 달한다.

삼성증권의 불법행위 금액이 가장 컸다. 삼성증권 임직원의 차명거래는 2022년에만 총 22번 적발됐는데, 적발된 금액은 총 21억 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하나증권(17억 8000만 원), 메리츠증권(14억 6300만 원), 한국투자증권(030490)(5억 1000만 원), 엔에이치아문디자산운용(4억 300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타인 명의 계좌로 상장주식을 매매하면서 소속 회사에 계좌 개설 사실과 분기별 매매 명세를 통지하지 않고, 탈법을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금융실명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회사 임직원은 본인 명의 계좌로만 주식거래를 해야 한다. 또 거래 명세를 분기별로 회사에 신고해야 한다.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차단하고 이해 충돌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면직 △정직 △감봉 △견책 △주의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5년 8개월간 차명거래로 적발된 임직원 중 형사 고발된 사람은 한명도 없었으며 면직 상당의 조치를 받은 임직원은 단 한명뿐이다. 경징계인 견책 수준에 그친 경우도 많았다.

추경호 의원은 "임직원 차명거래는 금융투자업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다수 증권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경징계로 마무리되는 것은 제도 미비로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한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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