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에스엠은 왜 주주 집을 찾아가나
주주명부 속 정보는 이름, 주소, 주식 수 밖에 없어
의결권 위임 전용 앱 개발·증권사 통한 위임장 전달 등 선진화 논의 필요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밤늦게 에스엠 측에서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집을 찾아왔네요"
"의결권을 위임해달라면서 제 주민등록증을 찍어갔어요"
최근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 회사 관계자가 집을 찾아와서 당황스러웠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사실 예전부터 주주의 집에 방문해 의결권 위임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경영권 갈등이나 주주행동주의가 격화되면서 더 잦아진 모양새다. 주식 투자자도 늘어나면서 많은 이들이 이 같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상장사에서도 주주의 집을 찾아가는 건 최후의 보루다. 그들도 의결권을 받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오죽하면 코스닥 기업 IR 담당자는 "감사선임 등 소액 주주의 의결권이 필요한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회사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한다. 일반 업무를 하는 직원들도 전국 각지에 있는 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으기에 동원되기 때문이다. 대행사를 쓴다면 모아야 하는 의결권 %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억대 비용은 감안해야 한다.
상법에 따르면 기업이 확인할 수 있는 주주명부에는 주주의 성명과 주소, 각 주주가 가진 주식의 수와 종류가 적혀있다. 그 흔한 이메일 주소도 알 수 없고, 핸드폰 번호는 당연히 없다. 주주와 연락하는 방법은 주소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메일 주소라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은 20대, 21대 국회에서 계속 계류 중이다.
의결권을 모아야 하는 기업은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집 앞에 찾아온 낯선 이를 상대해야 하고, 또 위임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증 사본까지 제출해야 한다. 사본이 없다면 의결권을 받으러 온 이가 핸드폰으로 주주의 주민등록증을 찍어간다. 주주는 낯선 이에게 집주소는 물론 주민번호까지 모든 정보를 다 넘기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금융당국과 국회는 1960년대 만들어진 상법에 여전히 의존하며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결권 위임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중간에 위임장을 조작하기도 하고, 위임장에 서명해줄 때까지 돌아가지 않는 등 주주의 주권이 지켜지지 않는 사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제라도 대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앞으로 주식투자자 수는 더 많아지고,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의결권 분쟁은 더 잦아질 것이다. 언제까지 상장사에게 위임업체 고용비용을 전가하고, 투자자들을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에 방치할 것인가.
심지어 한 개인이 의결권 위임을 받는 앱(APP)을 개발했다. 간단한 인증절차를 거치면 표대결을 벌이고 있는 에스엠, 금호석유화학, 사조산업에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금융당국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먼저였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금융당국 또는 유관기관 책임 하에 앱을 만들게 되면 투자자들은 더 신뢰하고 의결권을 위임할 수도 있고, 많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미국과 같이 위임장 서류는 믿을 수 있는 수탁은행이나 증권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증권회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받아 회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의결권 위임에 대한 현실적이고, 선진화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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