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20년 고정 주담대 늘리려면…"자본규제·소득공제·예대율 인센티브 줘야"

순수고정금리 비중 2.5% 불과…은행 장기조달 부담이 걸림돌
고정금리 비중 낮아 '시장 활성화 필요'…당국은 인센티브 검토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2025.9.8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한병찬 기자 = 금융당국이 연내 은행권 10년 이상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재추진하기로 했으나 활성화를 위해선 정책적 지원 및 규제 합리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자체가 경기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고 은행의 장기 자금조달 구조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활성화를 위해 은행엔 자본 규제 완화를, 차주에겐 소득공제 등 여러 혜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자칫 가계부채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만큼 거시건전성 관리 정책과 궤를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화 및 주택담보대출 자산을 활용한 은행의 전략적 유동성 확보 방안'에 따르면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4월 한국금융연구원에 의뢰해 만들어진 최종보고서다. 은행권에서 취급 중인 5년·6개월 변동 주담대를 넘어 10년, 20년, 30년 등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공급을 늘리기 위한 취지다.

당초 '30년 초장기 고정금리 활성화 방안'은 지난 4.1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다주택자 대출 규제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더 급하다는 판단 계획이 보류된 바 있다. 다만 최근 기준금리 상승 등 차주 부담이 커지며 정부가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 차주 지원방안'을 통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재추진하기로 하며 관심이 커지고 있다.

韓 주담대는 사실상 '5년 고정'…금리 오르면 차주가 충격 떠안아

금융연구원은 우선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질적 구조 측면에서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민간 주담대 중에선 10년 이상 장기·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차주 선택지가 넓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정책대출의 경우 최장 50년 장기·고정금리 주담대가 있는 것과는 달리 은행권 내에서는 5년 혼합형, 5년 주기형 주담대가 대부분이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정도만 연 5~6% 수준의 '10년 고정금리'를 운영 중이다.

통상 변동금리 비중이 높으면 시장 금리가 오를 때 차주(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대외 경제 충격으로 금리가 급등할 때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은행 입장에서도 장기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확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

금융연구원은 "은행이 장기 자금 수요 충당을 위해 부분적으로 핵심 예금을 활용할 수 있어 보이며 나아가 은행이 안정적으로 장기 자금조달 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관련 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연구원은 장기·고정금리 주담대의 장점으로 △가계 측면(금리 변동 리스크를 피하고자 하는 가계는 당장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할 유인 보유) △경기 및 금융시스템 안정 측면(호경기 시 과도한 가계부채 누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음) △금융기관 측면(장기·고정금리 주담대가 활성화된 주요국의 금융기관은 커버드본드, MBS 등 금리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관련 자본시장 인프라 활용) 등을 꼽았다.

금융연구원은 "이미 가계부채가 상당히 누적된 우리나라는 장기·고정금리 대출 비중 증가로 거시경제 안정성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은행은 왜 안 파나…장기 조달비용·금리위험 부담

문제는 은행의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10년 이상 금리를 고정하려면 은행 역시 장기간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향후 시장금리가 움직일 때 발생하는 금리 위험도 관리해야 한다.

금융연구원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 합리화와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이유다.

보고서에 제시된 인센티브 방안은 △예대율 산정 시 커버드본드 인정 한도 상향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산정 시 커버드본드 할인율 인하 △K-ICS 산정 시 커버드본드 투자 인센티브 제공 △부동산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도입 및 적립 의무 차등화 △커버드본드의 발행 한도 확대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이자 소득공제 한도 상향 △동일 금융기관 내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체계 합리화 등이다.

우선 현재 원화 예대율 산정 시 만기 5년 이상 커버드본드 잔액을 원화예수금의 최대 2%까지만 인정하나 이를 최대 5%까지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수금 확보 경쟁 시 장기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금융기관이 안정적 대출 재원 확보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특히 예대율 규제는 바젤 규제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규제로ㅡ 규정을 바꾸기도 당국의 결단만 있으면 비교적 용이하다.

또 LCR 산정 시 커버드본드는 고유동성자산으로 분류돼 보유량의 85%만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주택금융공사가 지급보증하는 커버드본드 등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채권에 대해서는 인정 비율을 상향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장기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보험사가 은행 발행 장기 커버드본드 등을 적극 매입하도록 K-ICS 기준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한다. 보험사가 장기 커버드본드 매입 시 해당 자산의 스프레드를 보험사 부채 평가 할인율에 가산을 허용해 K-ICS 비율 개선 효과로 은행채 및 커버드본드에 대한 구조적 매수 수요 창출을 위해서다.

소득공제 혜택(현재는 최대 1800만 원)을 만기 20년 이상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차주에 한해 추가 확대해 금리 부담을 경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국 소비자가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선택할 유인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동일 금융기관에 한해 중도상환수수료를 감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통상 중도상환수수료는 3년이 지나면 무료지만, 동일 은행 내 전환은 금융기관 신규 대출에 관련된 비용(대출모집, 담보 평가 등) 절약할 수 있다. 대환 고객을 유지하면 타 금융사에 빼앗기지 않는다는 경영 전략적인 장점도 있다. 변동금리에서 장기·고정금리로 갈아탈 유인도 커져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순수고정금리 2.5% 불과…당국, 총량·자본규제 인센티브 검토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말 잔액 기준 국내 주담대의 순수고정금리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금융연구원은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는 금리 상승 충격으로부터 차주의 소비를 보호하고 경기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존재한다"라며 "따라서 정책 주담대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기관을 통한 장기·고정금리 상품 공급이 구조적으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단 자칫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 정책이 가계부채 수요를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가계부채 절대 규모를 늘리려는 것이 아닌 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해 금융시스템 안정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부가 조건을 붙였다.

금융연구원은 "빚을 더 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한 형태로 빌리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거시건전성 관리 정책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며 "시장 조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및 규제 합리화가 동반된다면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 추진에 도움을 줄 수가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위는 연구용역과 동시에 금융위 내 별도 TF를 운영해 왔다. 용역 보고서는 향후 정책을 만드는 데 핵심 참고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관건은 결국 금리 수준인 만큼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의 자체 취급 여력 내에서 상품성 있는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를 위해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당장 초장기 고정금리의 경우 총량에서 제외 혹은 일부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초장기 고정금리인 만큼 RW(위험가중치) 등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협의를 거쳐 하반기 중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신규 상품 출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