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증권 토큰화' 선언했지만…내년 사모·비상장부터[토큰증권 대해부]①
조각투자 넘어 주식·채권·펀드까지…'모든 증권 토큰화' 청사진
내년 2월 사모 MMF·사채·비상장주식부터…공모증권 확대 시점은 '미정'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금융당국이 조각투자에 머물던 토큰증권의 무대를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으로 넓힌다. 2023년 처음 토큰증권 제도화 방향을 내놓은 지 3년 반 만에 '모든 증권의 토큰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내년 2월 법 시행과 함께 1단계 토큰화 대상으로 추진되는 기존 정형증권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모사채, 신탁 방식의 비상장주식으로 제한된다. 일반투자자가 접할 수 있는 상품은 당분간 조각투자증권 중심이다. 공모증권과 상장주식 등으로의 확대 시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토큰증권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 방향의 가장 큰 변화는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 범위를 조각투자 중심에서 기존 정형증권 전반으로 넓혔다는 점이다.
토큰증권은 별도의 금융상품이 아니다. 주식·채권·펀드와 같은 증권을 분산원장을 활용해 디지털화한 새로운 발행 형태다. 같은 주식이나 채권도 기존 전자증권 방식뿐 아니라 요건을 갖추면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금융위는 2023년 2월 첫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미 토큰증권을 실물증권과 전자증권에 이은 '증권의 새로운 발행 형태'로 규정했다.
다만 이후 실제 제도와 인프라 구축 논의는 부동산·미술품 등 비정형 자산을 증권화한 조각투자에 집중됐다. 기존 정형증권보다 시장 규모가 작고 권리 구현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데다 기존 시스템과의 복잡한 연계 작업이 적어 새로운 분산원장 인프라를 우선 적용하기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최근 해외를 중심으로 기존 금융상품의 토큰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위도 이번 정책에서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정형증권을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 대상에 명확하게 포함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며 "전략적·단계적 접근을 통해 주식,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도 토큰 방식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책의 외연은 '모든 증권'으로 넓어졌지만 내년 2월 첫발은 제한적으로 뗀다.
금융위는 토큰화 1단계에서 펀드의 경우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부터 시작한다. 채권 역시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사채를 우선 토큰화한다.
주식은 신탁 방식을 활용한 비상장주식부터 추진한다. 비상장주식을 기존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한 뒤 예탁결제원 또는 신탁업자에 맡기고, 이를 기초로 한 신탁수익증권을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방식이다.
비정형증권에서는 기존 조각투자증권을 공모 형태까지 1단계 토큰화 대상에 포함한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법이 시행돼도 일반투자자가 곧바로 다양한 주식·채권·펀드 토큰을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형증권 가운데 1단계 펀드와 채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사모상품이고, 개인투자자가 접할 수 있는 토큰증권은 당분간 조각투자증권과 비상장주식 관련 상품을 중심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금융위가 이처럼 단계적 도입을 택한 것은 기존 정형증권의 권리관계와 시장 인프라가 조각투자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자증권 시장에는 발행부터 유통, 권리관리까지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다. 반면 토큰증권은 증권사 등 계좌관리기관의 분산원장과 예탁결제원의 토큰증권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서로 연계해야 한다.
특히 주식은 단순히 매매와 배당만 처리하면 되는 상품이 아니다. 의결권과 신주인수권은 물론 증·감자, 주식 병합·분할 등 다양한 권리 변동을 처리해야 한다.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이 수행하던 기능을 토큰증권 인프라에 한꺼번에 구현할 경우 시스템 개발 부담이 커지고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1단계 이후에는 일반투자자가 참여하는 공모증권까지 토큰화 범위를 넓힌다는 게 금융위의 구상이다.
금융위는 우선 기관투자자 대상 사모상품 등을 통해 새로운 인프라의 안정성과 효율성, 시장 수요 등을 확인한 뒤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공모증권으로 인프라를 확대·개편할 계획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금융위는 2단계 전환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상장주식 토큰화도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참고해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장내시장 토큰화 모델을 검증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장주식을 실제 토큰 형태로 발행·거래할 수 있게 되는 시점과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연계해 증권의 거래와 결제가 블록체인상에서 이뤄지는 '온체인 결제' 구현을 추진한다. 이 역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토큰증권 인프라 운영 상황 등에 따라 이행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금융위가 이번 정책을 통해 3년여간 사실상 조각투자에 머물렀던 토큰증권을 기존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다만 '모든 증권의 토큰화'라는 최종 목적지와 내년 2월 실제 출발점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권 부위원장은 이번 정책을 발표하며 "증권의 발행·거래·청산·결제·권리행사·기초자산 전체 가치사슬을 하나의 디지털 자본시장 관점에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기관투자자용 사모상품과 비상장주식, 조각투자에서 출발한 토큰증권이 금융당국이 그리는 '디지털 자본시장'까지 얼마나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지가 이번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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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혁신은 시장이 이끌고, 신뢰는 정부가 뒷받침하겠다." 금융당국이 최근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서 주식·채권·펀드 등 모든 증권으로 넓히며 내건 청사진이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열리는 시장은 기관용 사모상품과 비상장주식, 조각투자가 중심이다. 상장주식 등은 언제 토큰화할지 정해지지 않았고, 원장과 유통시장도 기존 자본시장 체계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선언대로라면 토큰증권은 새로운 ‘디지털 자본시장’의 시작이다. 과연 그만큼의 시장이 열리는가. <뉴스1>은 9회에 걸쳐 화려한 청사진 뒤 한국형 토큰증권의 실체와 가능성, 한계를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