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행 1순위' 금융위 오리무중…결론은 4분기, 길어진 '희망고문'
"4분기 중 이전 기관 확정"…시기 문제일 뿐 방향 정해졌나
금감원·산은 등 "서울 잔류 가능성" 기대감…노조 반발 지속
- 전준우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김도엽 기자 = 정부의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에서 그동안 '세종행 1순위'로 거론돼온 금융위원회의 거취가 또다시 결론 나지 않으면서 금융당국 내부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구체적인 이전 기관은 올해 4분기에야 확정할 방침이다. 서울 잔류와 세종 이전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상태가 수개월 더 이어지게 되면서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희망고문만 길어졌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지난 3일 정부는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규모와 파급 효과가 큰 기관을 중심으로 2027년 상반기부터 세종 이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법적으로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법무부와 성평등부를 우선 검토 대상으로 직접 언급했다.
반면 그동안 세종 이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금융위는 이날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금융위 내부에서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금융위가) 제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만큼, "결국 세종행을 거스르긴 어렵다"는 불가피론이 우세하다.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 기조에 비춰볼 때 시기의 문제일 뿐 방향은 정해졌다는 시각이다.
반면 "아직 서울에 남을 여지가 있다"는 기대와 관측도 적지 않다. 금융회사, 금융협회, 한국은행 등 핵심 인프라가 서울에 밀집해 있는 만큼 시장 대응과 현장 접근성을 고려할 때 서울 잔류 명분이 충분하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세종 대신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등 '부산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BIFC에는 이미 주택금융공사, 캠코, 한국거래소 등이 포진해 있어 이전 시 '금융허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위의 세종행이 현실화할 경우 연쇄 이동이 유력한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은 노조를 중심으로 '서울 잔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가 4분기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순서를 확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직 내 반발 여론을 극대화해 이전 대상에서 빠지겠다는 기대감이다.
실제 금감원 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직원의 80% 이상이 지방 이전 시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했으며, 변호사(94.2%)와 회계사(90.5%) 등 전문 인력의 이탈 의향은 90%를 상회했다. 지난해 금감원 노조의 상복 시위 등으로 개편안이 무산된 전례가 있는 만큼, 거센 내부 저항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노조는 이번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발표에 대해 "여전히 타당성은 없고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직격하며 4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정부가 의견 수렴을 거쳐 4분기에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내부 반발이 극심하면 백지화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일단은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이전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직원들이 겪는 피로감도 극에 달한다. 가뜩이나 인사 적체와 낮은 처우로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지방 이전 가능성까지 겹치자, 보수와 근무 여건이 좋은 민간 금융권 및 대형 로펌으로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위 국장급 간부와 과장, 사무관 등이 잇달아 민간 기업과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퇴사까지는 아니더라도 휴직을 택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일선 부서의 업무 공백도 상당한 수준이다.
한 금융위 직원은 "이번에 세종행이 확정되면 눈치 보지 말고 미뤄뒀던 육아휴직이나 우선 쓰겠다는 직원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서 금융위 이전 여부가 물음표로 남으면서 직원들의 불확실성과 피로감만 더 가중됐다"며 "4분기 최종 확정 전까지 내부의 진통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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