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선공약 '부동산감독원' 제동 걸리나…"불특정 다수 정보 수집 우려"

수사기관도 영장 필요한 금융정보, 행정조사 단계 제공 허용 논란
"국가기관이라도 개인정보 및 사생활 정보 수집시 엄격한 기준 요구"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부동산감독원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2.10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김도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할 경우 국민의 금융·신용정보가 과도하게 수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부동산 불법행위 단속이라는 명분에도 광범위한 정보접근권을 부여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곽현준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김현정·진성준·황운하·윤종오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부동산감독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4건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냈다. 4개 법안은 부동산 시장의 불법·투기행위에 대한 조사 기능을 총괄할 부동산감독원을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토보고서의 핵심은 감독원의 '조사를 위한 자료제공 요청' 부분이다. 제정안들은 감독원이 금융회사 특정 점포나 신용기관에 조사를 위해 필요한 금융거래정보와 신용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이런 정보 접근이 현행법 체계에서는 매우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는 점이다.

김현정·진성준 의원안은 제공받을 자료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사전 심의 절차와 파기 의무를 함께 명시했지만 공공정보 요청과 관련해 '누구에 대한 자료인지'를 조문상 특정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 경우 불특정 다수 국민과 관련된 자료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우려를 제기했다.

곽 전문위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며 "국가기관이라 하더라도 개인정보 및 사생활 정보를 수집·이용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원이 필요한 자료의 정보주체를 조사대상자 또는 특정 범주로 한정하고 자료제공 요청요건을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거래정보의 제3자 제공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위해 금융거래정보를 확보하려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감독원의 조사는 '수사'와 동일하게 범죄 행위 적발을 목적으로 하지만 수사와 달리 행정조사 단계에서 영장 없이 개인의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유사 사례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금융거래정보 요구권이 있다. 금융거래정보 요구권은 1999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국민의 프라이버시 침해 및 남용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2010년 법률 유효기간 만료로 사실상 폐기된 바 있다.

검토보고서는 "영장 없이 수집된 정보가 수사기관으로 이전·활용될 경우 피조사자의 방어권 보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감독원의 행정조사에 대해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허용하는 것은 부동산불법 행위 조사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는 타당하지만 조사의 긴급성·중대성 및 대체수단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거래정보 제공 허용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감독원이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국세청·경찰청 등 기존 부동산 관계기관의 조사·수사·제재 업무를 '기획·총괄·조정'하도록 한 조항도 쟁점이 됐다. 검토보고서는 국무총리 소속 행정기관이 다른 중앙행정기관의 업무를 직접 기획할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 국세청의 세무조사, 경찰의 수사 등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감독원을 현행 국무조정실 소속 조세심판원 수준(정원 122명)으로 신설할 경우 인건비·기본경비·사업비·청사임차비용을 포함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904억 5100만 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부동산감독기구 신설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돼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논의 없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부정할 수 없지만 영장 없이 개인의 금융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국가 공권력의 과잉 행사라고 지적해 왔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