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중소형사 선박 10척 '전쟁보험'…10개 손보사 위험 분산 보장

"해운업계, 금융권 모두 '한 배를 탄 공동체'"
"필요한 방식으로 필요할 때 지원할 것"

해협을 8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인근 호르무즈 선박들이 지나고 있다. 2026.05.0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내 대기 중인 중소·중견선사 선박 10척에 대해 10개 손해보험사 위험을 분산해 인수하는 공동인수 방식으로 통항 관련 전쟁보험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중견선사 선박 10척은 해외 재보험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내 보험사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책임지고 보장하게 된다.

정부는 21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해운업계, 정책금융기관, 보험업권과 함께 '중동상황 피해업종 산업-금융권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석유화학·정유, 건설, 철강업에 이어 네 번째로 열린 업종별 릴레이 간담회다.

이번 간담회에서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 국내 중소·중견선사 선박 10척의 복귀는 국내 보험사가 책임지고 보장하고 △적극적인 맞춤형 금융지원을 통해 중동상황으로 인한 기업·산업의 어려움을 완화하면서 △해운업의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지원하여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해운업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산업이고,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경제안보 측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최근 중동전쟁 장기화로 유류비 상승과 항로 제한에 따른 기회비용 증가 등 해운업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상보험 시장 역시 여전히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해외 재보험사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중소·중견선사의 경우 보험 가입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르무즈 해협 대기 중인 중소·중견선사 선박 10개 손보사가 위험 공동인수

해상보험은 항해와 관련된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선박이나 화물의 손해 등을 보상하기 위한 손해보험이다. 평시에는 선체보험과 적하보험이 주요 계약이지만, 전쟁위험 지역 체류·통항 시에는 전쟁 위험을 담보하는 별도의 '전쟁 특약'에 가입한다.

해상보험은 기본적으로 대외 변수 민감도가 큰 거대·특수위험으로서, 재보험 의존도가 높고, 해외 재보험사 요율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관련 보험의 경우, 미국-이란 협상 전개양상에 큰 영향을 받는 등 여전히 변동성이 높은 상황으로서, 국적 선박의 원활한 복귀를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글로벌 재보험 시장에서 협상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중견선사 선박의 호르무즈 통항에 대한 전쟁보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 내 대기 중인 중소·중견선사 선박 10척에 대해서는 해상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10개 사가 위험을 분산해 인수하는 공동인수 방식으로 통항 관련 전쟁보험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중견선사 선박 10척은 해외 재보험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내 보험사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책임지고 보장하게 된다.

보장은 현대해상,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KB손보, 한화손보 등 10개 사가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 등에 따라 비례배분한다. 금융당국은 보험 가입 거절 또는 대형선사 대비 과도한 보험료 부담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담보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한 전쟁보험으로 다만 항해 계획 등 통상적인 보험가입에 필요한 요건은 충족해야 한다. 요율은 대형 선사 선박을 포함해 국내 선사가 채택한 보험요율 중 최저요율을 적용하고, 선사는 기존 계약 국내 보험사와 손보협회 양측에 요율 제시를 요청하고, 기존 계약 보험사 가입거절 시 공동인수를 진행할 수 있다.

기존 계약 보험사에서 요율이 산출되는 경우에도, 공동인수 요율이 유리한 경우 등에는 선사는 공동인수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계약관계를 존중하여, 기존 보험사에서 우선적으로 인수물량을 결정하고 잔액에 대하여 공동인수를 진행한다.

정부는 이번 인수규모 3000억 원에 대해 필요시 통항 이후에도 에도 전쟁기간 동안 지원할 계획이다. 공동인수 관련 원활한 업무처리 및 중동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손보사 '공동인수 협정'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국가경제 영향력이 큰 주요 선박도 지원할 수 있도록 법률개정 등을 통해 상시적인 재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인수대상·담보범위 등을 확대하는 방안도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캠코, 선박펀드 지원 규모 연 2500억원…선박담보인정비율 최대 80% 확대

정부는 중동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정책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캠코가 운영 중인 선박펀드 지원 규모를 기존 연 2000억 원 수준에서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연 25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중동 상황 피해 중소·중견선사에 대한 우선 지원도 추진한다.

특히 친환경 선박 도입 시 선박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완화해 선사들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또 금리와 통화 조건도 선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맞춤형 금융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도 중소·중견선사의 친환경·스마트 선박 전환 지원을 위해 총 14억 달러 규모의 'KDB SOS 펀드'를 운영 중이다. 친환경 선박 구입과 개조, 현금흐름 기반 금융지원 등을 통해 해운업계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해운업계는 유류비와 보험료 부담 증가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권이 신속하게 지원방안을 마련한 데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중동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와 해운업계, 금융권 모두 '한 배를 탄 공동체'라는 사실이 어느 때보다 절감되는 시기"라며 "금융위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필요로 하는 때'에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