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성실상환했는데 왜 고금리?"…기업은행장, 신용체계 개편론 불붙였다
장민영 IBK기업은행장 "저신용자 고금리 타당한가"…'약탈금융' 정조준
830억원 미지급 수당 문제 아직 해결 못해…지방이전 문제 '함구'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3년 동안 고신용이나 저신용이나 똑같이 성실하게 빚을 갚았다면 저신용 입장에선 과도하고 불리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현행 신용평가·금리체계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약탈적 금융’을 강하게 비판한 가운데 국책은행 수장이 공개적으로 “저신용자 고금리가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금융권 전반의 대출 금리 산정 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장 행장은 12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예를 들어 3년 동안 동일하게 이자를 제때 상환했다고 하면 어떻게 보면 저신용등급 소비자가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한 것”이라며 “똑같이 상환했는데도 저신용자 입장에서는 과도하고 불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과연 타당한지 검토해봐야 한다”며 “처음 시작부터 저신용자라는 이유만으로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던진 ‘신용평가 체계 개편’ 화두와 맞물려 금융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금융권은 차주의 신용등급과 연체 이력 등을 중심으로 금리를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정부 안팎에서는 성실 상환 이력 반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장 행장이 “금액별 금리 적용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금융권 내부에서도 획일적인 고금리 구조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리스크 기반 가격 체계는 금융의 기본 원리지만, 최근 정부 기조상 취약차주 부담 완화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 행장은 포용금융 차원에서 소액대출 상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업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고정 이하’ 여신으로 분류해 최대 60%까지 상각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낮은 금리로 공급하는 것만이 포용금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러 방법을 통해 금융 전 주기에 걸쳐 단계별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 문제도 거론됐다. 장 행장은 “이미 양도에 대한 동의를 암묵적으로 얘기한 상태”라며 “잔액은 없는 상태인 만큼 조속히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록수는 카드사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금융권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기업은행은 현재 5.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넘긴 채권은 모두 정리돼 현재 잔액은 없지만, SPC 특성상 금융권이 지분을 유지하며 일부 수익을 배당받아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약탈적 금융’을 비판하면서 금융권 배드뱅크 구조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임명 후에도 노조의 저지로 장기간 출근하지 못했던 장 행장은 그간 소회에 대해 '노조와의 갈등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처음 들어올 때부터 노조와의 문제가 있었는데 현재는 원만히 타협 중”이라고 말했다.
장 행장은 지난 1월 22일 임명됐지만, 총액인건비제에 따른 미지급 수당 지급을 요구한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22일 동안 정상 출근하지 못했다. 이후 830억 원 규모의 미지급 수당 문제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면서 지난 2월 20일 취임식을 진행했다.
다만 아직도 실제 지급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장 행장은 “경영예산심의와 금융위원회 승인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머지않은 시점에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상승과 관련해서는 “현재 특별한 강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0.98%로 직전 분기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장 행장은 “고환율·고물가 상황이 몇 달 더 지속되면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재부상하며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술렁이는 분위기지만, 장 행장은 관련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는 만큼 지금 단계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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