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칠천피' 직행하자 ETF로 몰린 은행 고객들…은행 판매 35조 돌파
작년 연간 판매액 21.9조, 올해 판매액은 이미 35조 넘어
"과하면 체하기 마련"…시장 과열 이후 후폭풍 우려 '솔솔'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코스피 지수가 7800선을 돌파,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은행권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로 쏠리고 있다. 이달 8일 기준 시중은행 ETF 판매액이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액의 1.6배로 불어나며 예금을 제치고 대표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월부터 이달 8일까지 ETF 판매액은 35조 2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액(21조 9399억 원)을 이미 60% 가까이 웃돌았다.
올해 들어 은행 ETF 판매액은 예년의 10배를 훨씬 웃도는 뭉칫돈이 몰렸다. 지난해 1월 5대 은행의 판매액은 5379억 원이었는데, 올해 1월에는 7조 7714억 원으로 14배로 불어났다. 2월에는 8조 6682억 원으로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3월 들어서는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7조 1549억 원으로 다소 꺾이기도 했다.
다만 4월 들어 중동 리스크가 잦아들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수혜 기대감에 힘입어 강세장으로 전환되자 ETF 판매액도 다시 늘었다. 4월 한 달간 판매액은 7조 5736억 원이고, 5월 들어서는 단 4영업일 만에 벌써 3조 8570억 원이나 판매됐다. 이달 말까지 집계되면 월별 판매액은 2월 8조 6682억 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TF는 증권사 상품으로, 은행에서는 신탁 형태로만 판매할 수 있다. 그동안은 모바일 거래에 익숙한 젊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앱을 통해 ETF 실시간으로 직접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 중심의 중장년층 고액 자산유입이 두드러진다.
통상 중장년층의 고액 자산가들은 리스크가 높은 주식 투자 등 자산 증식보다는 절세나 증여 등 자산 유지 및 관리에 관심이 높았는데,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급등하며 "더 늦기 전에 올라타야 한다"는 투자 심리가 평생 부동산과 은행 예금만 고집하던 '안정형' 자산가층까지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며 조정장 진입 후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TF는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고,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불장'에 힘입어 예금 대신 ETF에 가입하려는 고객이 크게 늘었는데, 뭐든 과하면 체하기 마련"이라며 "조정장 진입 후 손실을 본 고객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금융기관에 과중한 책임을 묻는 문제가 반복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도 시장 과열 양상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7일 '금투업권 모험자본 역량 강화를 위한 협의체 회의'를 주재하며 "금융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유동성 파티, 시장 과열이 끝난 후 부실자산이 터져 나오는 광경을 반복해서 봤다"며 철저한 리스크 대비를 주문했다.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한 경고음도 높다. 5대 은행의 지난 7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40조 5029억 원으로 지난달 말 39조 7877억 원보다 3영업일 만에 7152억 원 늘었다. 한도가 아니라 실제 사용된 대출 잔액으로,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권 부위원장은 "확대되고 있는 레버리지 투자에 대해서도, 감내할 수 있는 범위의 투자인지 회사별로 각고의 경각심을 갖고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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