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금융' 깨야"…고신용 성벽 넘을까[신용잃은 신용점수]③
김용범 "신용등급 미래 예측하지 않아"…고신용 성벽 넘어야"
포용대출 넓히지만 실적 저조…금융위, 포용금융 '더 강화'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낡은 신용평가라는 틀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속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현 신용평가 체제에 대한 구조적인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며 금융권이 술렁였다. 핵심 문제 의식은 현재 신용평가 체계가 '과거 이력' 중심으로만 작동해,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연일 '잔인한 금융'을 언급하며 제도권 금융의 고신용자 중심 구조를 지적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1~5일에 걸쳐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올렸다. 세 편의 걸친 시리즈와 보론에 담은 글은 현행 신용평가체계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허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핵심은 제도권 금융 자체가 '고신용자 위주의 성벽'을 쌓으며, 이 성벽 안에 진입하지 못하는 저신용자는 결국 더 비싼 이자를 부담해 초양극화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현재 신용평가 체제 자체가 '과거 기록'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연체 기록, 카드 이력 등 과거의 기록으로 '현재의 신용점수'가 평가되지,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민금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을 이용한 후 성실 상환해도 '과거 서민금융기관 대출 이력'이 문제가 돼 성실 상환해도 점수는 오히려 떨어진다.
이런 문제의식은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오랜 고민이다. 금융당국은 근소한 차이로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신용등급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신용등급제(1~10등급)→신용점수제(1~1000점)로 바꿔보기도 했고, 통신요금·건강보험 등을 성실 납부하면 신용점수를 올려주는 '비금융' 항목도 신설해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용점수' 고착화 현상은 여전하다. 제도권 금융이 규제 리스크를 피해 안전한 고신용자만 가려 대출을 받는 행태가 관행화된 것이다. 단 '1점 차이'로도 고금리 시장의 경계가 갈리는데, 이 1점을 메울 '신용 사다리'가 부재해 금융사 입장에선 되도록 안전한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금융당국이 '모두를 위한 포용적 금융'이란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며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금융소외자에게 낮은 금리의 기회를 줘 제도권 금융으로 '크레딧 빌드업'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권도 즉각 반응하며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저축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대환을 도와주는 '브링업 밸류업'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금껏 신한 내 대환만 취급했다면 6월 말부턴 타 저축은행까지 확대한다. 신한은 '브링업 밸류업'을 통해 지금까지 총 1286건, 203억 800만 원(3월 말 기준)의 대출을 실행했다.
국민은행도 이와 비슷한 'KB국민도약대출'을 출시했고, 우리은행은 아예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연 7% 이내로 제한하는 '금리 상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다만 일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과 주력 상품과 비교해선 실적이 미미한 점은 여전히 한계다. 저신용자 누구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지점을 내방하면 거절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징검다리론'이다. 대출을 성실 상환한 고객이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인데, 최근 3년간 5대 은행 실적이 13건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다시 신용평가체계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초부터 운영 중인 '신용평가체계 개편 TF'와 별도로 신용평가체계의 구조적 개편을 위한 TF를 운영하면서다. 금융위 내 서민금융과 뿐만 아니라 데이터정책과, 중소금융과, 은행과 등 김 실장의 지적 개편을 위해 관련 부서가 총동원됐다.
고신용자는 끌어내리고, 저신용자는 높이는 인위적인 신용점수 체제 개편이 아닌 '저신용자의 자립' 유인을 높이는 방향에 초점을 모을 전망이다. 차주의 미래 현금흐름과 성장성을 함께 살펴보는 한편,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의 경우 미래 성장 가능성에 '성장 등급(Scale-up)을 결합해 평가하도록 한다.
저신용자의 구직 활동과 성실 상환 이력도 활용될 수 있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지난 4일 SNS를 통해 '구직활동 및 성실 상환 이력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서민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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