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신용점수, 커지는 혼란…'인플레' 왜 생겼나[신용잃은 신용점수]②

저신용 기준도 5점씩 상승…카드 발급 기준 '626점'
신용평가체계 개편 나선 당국…"쏠림 자체가 문제는 아냐"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2025.9.8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은 왜 벌어졌을까. 금융권에서는 금융플랫폼을 통한 신용관리 문화 확산과 정부의 신용회복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점수 자체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 자체는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과거 대비 현재 점수대에서 '연체 가능성' 등 부정적인 시그널이 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특정 구간에 금융소비자가 많아지는 것 자체가 문제로 인식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나이스신용평가(NICE)는 하위 50% 기준뿐만 아니라 카드 발급 대상자, 소액신용대출사업 지원대상자에 대한 신용점수 기준도 지난해 대비 5점씩 상향했다.

신용점수는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 감독규정에 따르면 하위 10%(675점, KCB 기준)를 대상으론 구속성 영업행위를 금지토록 하며, '소액신용대출사업 지원대상자'는 하위 20%(700점, KCB 기준)를 대상으로 한다.

심지어 신용카드 발급 대상도 신용점수로 우선 결정된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 대상자는 개인신용평점 '상위 93%(626점 이상, KCB 기준)'다. 인플레 현상은 고신용뿐만 아니라 저신용 구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축은행·상호금융·인터넷전문은행 등은 신용점수 '하위 50%'를 기준으로 '민간중금리대출'로 분류하고 있다. 민간중금리대출 자체가 '하위 50%'를 타깃으로 내주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사가 하위 50%에게 대출을 내줄 시 가계대출 총량에서 일부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중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30% 이상을 중저신용자로부터 취급해야 해, 신용평가사의 기준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평균 잔액 기준' 30% 이상이었다면 지난해부턴 '신규 취급액 기준' 30% 이상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던져져 취급 기준이 강화됐다.

업계에선 신용점수가 1000점 만점 체계인 점을 감안하면, 하위 50% 기준인 875점·889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상위 50%의 구간이 점점 좁아지는 병목 현상이 벌어지는 동시에, 하위 50% 점수대는 더욱 확대돼 중저신용자를 변별력 있게 선별·평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 체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기존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에 기반한 심사에만 의존하는 공급보다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의 중요성이 주목하는 부분도 이런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금융소비자는 매일 자신의 신용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출 실행, 카드 발급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신용 상태를 인식했다면, 지금은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금융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점수를 조회·관리할 수 있는 시대다. 일부 플랫폼은 '신용점수 올리기' 기능까지 제공하면서, 과거 대비 신용점수 재산정도 쉬워졌다.

정부 차원의 신용회복 정책 역시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연체 정보 활용' 기준을 완화했고, 지난 2021년, 2024년에는 신용사면 정책도 시행했다. 지난해 9월 30일에도 5000만 원 이하 소액연체 전액 상환자에 대한 신용사면을 실시한 바 있다. 서민·소상공인 대상 신용회복 지원 조치에 힘입어, 지원 대상 차주의 신용점수가 상승하면서 저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취약차주가 감소했다는 것이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현재 현상을 두고 곧바로 '신용평가 체계 실패'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인플레 자체를 입증하기 위해선 신용구간별 '부도율'을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과거 900점대의 연체 가능성과 현재 900점의 연체 가능성을 비교할 때, 현재 더 높은 부도율을 기록한다면 점수체계의 재조정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신용점수 구간에서 줘야 하는 '연체 가능 시그널'을 과거 대비 제대로 못 주고 있다면 문제지만, 점수대에 포함된 사람 자체가 많아진 것이 문제라고 인식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과거 대비 신용점수에 대한 인식 제고로, 다 같이 올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사는 반드시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만 가지고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다"라며 "기본적으로 신용점수를 기반으로 하지만, 각 금융사 자체적으로 추가로 분석하는 요인이 더 있다. 신용점수가 모두 높다고 해서, 모두를 다 낮추는 건 혼란을 더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