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예금으론 부족" 중동 리스크에 '요구불예금' 15조 늘었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699.9조…45개월 만에 최대
중동리스크↑·예금 매력↓에 '대기'…리스크 완화시 '머니무브'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시중은행의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이 한 달 만에 약 15조 원 증가하며 4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에 머물며 관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99조 90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 684조 8604억 원보다 15조 477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사실상 0%대에 머무는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이다. 이 같은 급증은 금융소비자들이 낮은 이자를 감수하면서도 당장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자금을 손에 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요구불예금 흐름은 몇 달간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말 674조 원이었던 요구불예금 잔액은 올해 1월 말 651조 5379억 원으로 급감했다. 통상 연말·연초에는 정기예금 만기가 집중돼 요구불예금이 늘어나지만, 당시에는 코스피가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며 자금이 증시로 이동한 영향이 컸다.
이후 2월 들어 흐름이 반전됐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2월 말 기준 684조 9000억 원으로 한 달 만에 30조 원 넘게 급증했다. 설 연휴를 계기로 기업은 상여금·배당금 자금을 예치했고, 증시 조정 국면을 거치며 일부 자금이 은행으로 복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3월에 들어서는 중동 전쟁 여파까지 겹치며 자금이 추가로 유입됐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자금 이동을 '일시적 대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기 위한 임시 피난처라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3475억 원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 등을 활용한 증시 자금 유입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가 완전히 꺾였다기보다는 중동 지역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다시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도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서 환전 자금이 대기 자금으로 들어간 것도 영향이 있다"며 "대기 자금인 상황이다 보니 중동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자금이 증시로 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 예금 금리가 여전히 2%대에 머무르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85~2.95%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도 매력도가 낮은 편이다.
통상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예금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금 금리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투자 대기 자금이 요구불예금에 머무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릴 요인이 부족하다"며 "자산이 부족하면 예금 금리를 올려서 모집해야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고 예금 자체가 다른 상품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져서 은행들도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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