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팔아라"에서 "사고 막아라"로…'소비자' 꽂힌 은행 KPI 손본다

'소비자보호' 항목 가점 1.5배 확대 등 KPI 개편
4대 은행,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

22일 서울 시내 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6.2.22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핵심 정책인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맞춰 내부 통제와 인사 평가 체계 개편에 나섰다.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에 소비자 보호 관련 평가 항목을 확대하고,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도 잇따라 신설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을 결정했으며, 하나은행은 지난 2021년 7월 도입한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지난주 소비자보호위원회로 확대·개편했다.

이사회 내 신설되는 소비자보호위원회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경영방향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 규정 및 금융소비자보호규정의 제·개정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및 감독 및 검사 결과의 후속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은행들은 임직원 KPI에도 소비자 보호 관련 평가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 및 윤리경영 부문 배점을 기존보다 약 1.5배 확대하고, 금융사고 및 정보보호 항목을 KPI에 신규 반영했다. 우리은행도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규준과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따라, '고객보호관점' 고객만족도(가치) 제고 항목을 KPI 내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예방 관련 계좌 개설·전환 과정에서 사업장 현장조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감점을 확대하고, 경찰 감사장 수령 등 금융사기 예방 성과에 대해서는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스마일콜 응답률과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한 시스템·프로세스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중심의 내부통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에서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체계가 불완전판매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KPI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품 판매 이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소비자 보호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요구다.

금감원은 최근 금감원장 직속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전날 시민·소비자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편면적 구속력’ 도입 방안도 논의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2000만 원 이하 소액 금융분쟁에서 소비자가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을 수용하면 금융회사가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 평가와 검사에서 소비자 보호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PI와 이사회 거버넌스 개편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