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 자금 이탈에 '예금금리' 올리는 시중은행…저축은행 '역전'

KB국민·우리·하나은행 예금금리 일제히 인상
5대 은행 예금 2.65~2.75%…저축은행 2.67%

9일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2025.1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금리가 '역전'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증시 등으로의 예금 이탈에 수신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여신 수익이 줄어든 저축은행은 수신 확보 유인이 줄어든 영향이다. 연말 대규모 만기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이런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핵심 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2.75%다.

우리은행이 이날부터 개인 고객 대상 WON플러스 정기예금(6·12개월) 금리를 기존 2.65%에서 2.75%로 올리며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 중이다.

KB국민·하나은행도 이날부터 대표 예금 상품의 금리를 2.70%로 0.0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9월 최고금리가 2.45%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0.25%p 오른 것이다.

신한·NH농협은행의 최고금리는 2.65% 수준으로, 5대 은행 모두 한 달 반 전과 비교하면 최소 0.2%p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인 점을 재확인해도, 시장금리가 상승하자 은행은 이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높이는 추세다. 최근 급등한 환율에 따른 충격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고, 그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지연되며 국고채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 만기 기준 예금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융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8월 14일(2.498%) 저점을 찍은 후 지난 7일에는 2.798%로 두 달 만에 0.3%p 상승했다.

시장금리뿐만 아니라 국내·외 주식시장으로 핵심 예금이 이탈하자, 수신 방어 목적도 있다.

주요 5대 은행의 투자 대기성 자금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기준 647조 8564억 원으로 전달 대비 21조 8674억 원 감소했다. 1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요구불예금은 '저금리 예금'으로, 은행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핵심 예금'이지만 대거 이탈한 것이다. 은행은 연말, 연초 정기예금 만기가 집중돼, 이 시기에 맞춰 통상 금리를 인상하는데, 핵심 예금 이탈로 수신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역주행하자, '고금리' 대표주자 저축은행과의 금리가 역전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2.67%다. 79개 저축은행 중 3%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은행권이 수신 방어에 열을 올리는 것과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악화한 건전성 관리 노력에 대출 영업을 줄이자, 수신 유인 또한 덩달아 줄어든 영향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