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불안해요"…신한은행원, 보이스피싱 막는 AI로 '국민 훈장' 받았다
'포용금융' 길 걸은 신한은행 김상용, 시중은행 첫 국민훈장 수상
가짜 사이트 '소리'로 잡는 특허도…은행권 '포용금융' 역할 더 커진다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AI는 단순히 업무 효율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보호하는 기술입니다."
제10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한 김상용 신한은행 고객상담센터 수석은 지난 6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AI 감정분석 시스템'을 이처럼 소개했다. 실제 AI가 고객의 목소리에서 '불안', '다급함' 같은 신호를 감지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훈장 석류장은 국민 복지 증진 등 국가 발전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그간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이 훈장은 대부분 금융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돌아갔다. 시중은행 직원이 훈장을 받은 건 김 수석이 처음이다.
AI 감정분석 시스템은 쉽게 말해, 고객의 말투·어조·단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담사의 모니터에 표시하는 기술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통신사 KT와 공동 개발한 후 금융권 최초로 상담 현장에 적용했다.
예컨대 고객이 불안한 목소리로 카드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문의하면 최근 기승하는 '카드배송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AI는 즉시 상담사 화면에 위험 경고를 띄우고, 추가 확인을 거쳐 계좌에 대한 임시 지급정지를 조치한다.
김 수석은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낸 뒤 고객에게 감사 인사를 들은 적도 있다"며 "AI를 단순한 효율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보호하는 기술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AI 시스템만으로 국민훈장을 받은 것은 아니다. 김 수석은 지난 은행 생활을 회상하면서 "어떤 업무를 하든 모두 '포용금융'이라는 큰 줄기로 모여졌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15년에는 '금융사이트 진위 식별 알림 방법' 특허를 출원한 이력이 있다. 당시엔 고객이 진짜 은행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해도 가짜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이른바 '파밍' 범죄 수법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김 수석은 눈이 아닌 '오감'으로 구별하는 보안 방식을 떠올렸다. 예컨대 SKT의 대표 전화 연결음인 '띠리띠리링'처럼, 신한은행의 연결음을 만든 이후 △피아노 △트럼펫 △바이올린 등 고객이 스스로 지정한 악기 음색을 듣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상 홈페이지에서는 고객이 선택한 음색이 재생되지만, 피싱사이트에서는 이 연결음이 구현되지 않아 즉시 이상 여부를 느낄 수 있다.
모바일 뱅킹이 대중화되면서 해당 특허가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보안은 불편해야 한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고 '누구나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보안'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평가다.
김 수석은 지금도 서울 강남의 고객상담센터에서 주말 외국인 고객 대상 금융상담 서비스 업무를 맡으며 포용금융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포용금융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이는 저신용자·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에게 안정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포용금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을 중시하는 은행 조직 내부에서는 여전히 비주류 업무로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시중은행 첫 국민훈장' 수상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 등 공공기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포용금융을 시중은행이 현장에서 실천한 사례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례는 저신용자 지원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나 외국인 고객 대상 서비스 확대 등 포용금융의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 수석은 "나날이 경기가 어려워지고 효율성만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이 훈장이 포용금융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번 수상은 고객상담센터 직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라며 "앞으로도 더 따뜻하고 포용적인 금융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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