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 '취임'…금융감독체계개편 혼란 수습 첫 시험대

15일 오후 취임식…첫 일정으로 5대 금융지주 회장 상견례
배드뱅크·서민금융안정기금 및 제4 인뱅 설립 등 현안 과제 '산적'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2025.9.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했다. 금융위원회가 해체를 앞두고 있는 만큼 어수선한 조직을 다잡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혼란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배드뱅크 및 서민금융안정기금 설립, 제4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가계부채 관리,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 등 산적한 주요 현안도 과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 위원장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지난 8일 이 위원장의 인사청문회는 종료됐지만, 국회는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11일까지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으나, 이 기한까지도 국회는 응하지 않았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상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경우,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국회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임명을 단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오는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첫 공식 행보로 은행연합회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상견례를 가질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에 △첨단산업 투자 확대 △생산적 금융 활성화 △소상공인 지원 등 상생 금융 강화 방안을 당부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철저히 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지주 회장들은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본 규제 완화 필요성을 건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취임 후 첫 만남인 만큼 금융당국과 업계 간 정책 공조와 조율의 방향성이 드러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첫 미션…금융감독위원회 설립 '조직개편'

이 위원장의 취임 첫 과제는 '조직개편'이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에게 "사실상 금융위를 해체하러 온 '철거반장'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남은 금융감독 기능은 신설하는 금감위가 맡는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17년 만에 다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체제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위-금감원'이 맡아온 금융 담당 조직은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등 4개로 확대된다. 금융위원회의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합해 금감위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인 이번 조직개편은 내년 1월 2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 직원 상당수가 재경부로 이동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금융위는 지난 12일 권대영 부위원장이 주재해 전 직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위 인원 가운데 금감위에 남는 인원과 조직 및 재경부로 이동하는 인원과 조직의 대략적인 규모를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금융위는 현재 조직개편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아직까지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아직 안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설치된 가상자산(암호화폐) 현황 전광판에 리플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금융서비스국(NYDFS)이 리플의 발행사인 리플랩에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승인할 거라는 폭스비즈니스 보도가 나오면서 급등한 리플은 이날 시가총액 1358억 달러(약 190조 2400억원)를 기록하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시가총액 3위를 기록했다. 2024.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배드뱅크·서민금융안정기금 및 제4 인뱅 설립 등 해결 과제 '산적'

조직개편 이 외에도 이 위원장은 배드뱅크 설립,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 제4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가계부채 관리,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 등의 과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우선 이 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113만여 명의 빚 탕감 프로그램 '배드뱅크' 설립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캠코는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중앙회, 생·손보협회, 대부협회 등을 대상으로 배드뱅크 설명을 위한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했고, 배드뱅크 운영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운영을 위한 수행자문사 선정을 완료하는 한편, 홈페이지 구축도 착수해 속도를 올려왔다. 다만, 정부 조직개편으로 인한 혼란에 휩싸였고, 금융위원장에 대한 임명이 늦어져 정책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위원장이 취임한 만큼 배드뱅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금융당국과 조율 과정을 거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개편으로 인한 배드뱅크 관련 업무가 어느 조직으로 흡수될지도 관심사다.

한편, 제4인터넷전문은행(인뱅) 출범 일정도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을 받았지만 아직 예비인가 발표도 못 하고 있다.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인가 요건 등의 핵심 쟁점에 대한 정리와 구체적인 가계부채 관리 방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위는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더 센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분야 공약인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는 이 위원장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도 연 15.9% 금리가 적용되는 최저신용자 보증부 대출에 대해 "어려운 사람 대출 이자가 더 비싸다. 너무 잔인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