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입은 금감원 직원들 출근길 집결…이찬진 '묵묵부답'(종합)
금감원 1층 로비 직원 수백명 모여…"금소원·공공기관 철회"
마이크 잡은 직원들, 임원진 '직격'…"이야기 좀 들어 달라"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정부 조직개편으로 '조직 분리' 상황에 놓인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를 철회하라"며 9일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날 검은 옷을 입고 1층 금감원 로비에 집결한 수백 명의 직원들은 이찬진 금감원장과 이세훈 수석부원장 등 임원진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 원장은 출근길 피켓을 든 직원들을 마주했으나 "조직개편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응 없이 사무실로 향했다.
이날 오전 8시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수백 명의 금감원 직원들이 여의도 본원 1층 로비를 가득 메웠다. 손에 든 피켓에는 "금소원 분리 철회", "공공기관 지정 철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발언대에 선 직원들은 금소원 분리를 '탁상공론'이라며 비판했다. 한 직원은 "소비자보호원을 새롭게 만든다고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지 않는다"며 "수천억 원의 불필요한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지정'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직원의 생계와 먹거리, 경력 관리 저하 등 부작용이 눈에 보이는데, 소통 없이 무조건 따르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시위는 오전 8시에 시작해 근무 시작 직전인 9시까지 약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로비에 몰린 인파로 들어서지 못한 직원들은 2층과 3층에 모여 함께 구호를 외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날 현장에선 이 원장이 사무실로 향하면서 피켓을 직원들과 마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다만 "조직개편 입장을 밝혀달라", "직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직원과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한 채 경호팀 안내를 받아 전용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반면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출근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그를 향한 강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 수석부원장은 전날 전 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금감원은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정부의 조직개편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원장님은 최근에 오셨다고 쳐도 수석부원장은 1년 이상 동고동락한 분 아니냐"며 "정부의 결정을 그냥 따르라는 말은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자유발언을 자처한 한 직원은 "본인은 자리가 위태로우니 '나는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금감원의 2인자가 할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때 직원들의 강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직원들의 자유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금감원 직원 한 모 씨는 "조직 개편을 하는데 금감원 직원들의 의견이 단 한 줄이라도 반영되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는 높였다.
금감원 직원 나 모 씨는 이 원장을 향해 "은행, 보험, 증권사 CEO분들만 만나지 말고 직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이 원장에게 정식 면담을 요청하고, 조직개편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여당은 지난 7일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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