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250명, 금감원 2400명…쪼개지는 금융당국 '첩첩산중'

금감위설치법 등 법안만 48개 바꿔야…조문은 9000개 이상
금감원-소보원 분리, 거센 진통 전망…이찬진 "안타깝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2025.9.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정부와 여당이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확정·발표하면서 조직 분리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르면 이번 주 중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안이 발의될 예정인 가운데, 업무와 인원 배분 등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조직개편을 위한 후속 작업에 들어갔다. 조직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비롯해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은행법 등 바꿔야 하는 법안만 48개에 달한다. 시행령 개정안뿐만 아니라 9000개 이상의 금융감독 관련 법조문 교체(명칭 변경 등) 등도 필요하다.

정부가 7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을 보면, 국내·국제 금융정책의 일관성 제고 및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금융정보분석원 포함)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한다. 미국 재무부의 '국내 금융-국제 금융-테러 및 금융 정보국' 조직도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정이 발표한 조직개편 큰 그림에 이제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명시된 금융권 규율을 정책, 감독, 소비자보호 등으로 세분화하는 화학적 분리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위원장-금감원장 겸임 안 해"…서울 상주 인원 늘어나나

금융위 250명 인원 중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어느 규모로 남게 되느냐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정책을 담당하는 상당수 인원은 재정경제부 소속이 되고, 30~40명만 금감위에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지 않기로 하면서 금감위 상주 인원이 100명 안팎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1999년 금감위가 처음 출범했을 때부터 2008년 금융위 분리 직전까지 금감위원장은 금감원장을 겸임해 왔다. 금감위 직원은 초창기 10명 남짓이었으나 점차 늘어나면서 금융위 분리 직전인 2008년에는 100명 이상이 된 바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원이 너무 적으면 법령 개정 등 단순 작업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금감위원장의 역할이 애매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을 따로 두기로 한 만큼 금감위에 남는 금융위 직원들이 예상보다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위는 '서울근무' 이점으로 행정고시 상위권 합격자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은 엘리트 관료 조직이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으로 상당수가 세종으로 가게 되면서 허탈해하고 있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전날 오전 사무관들과 조직개편 관련 소통에 나서며 직원들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금감위 산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둔다.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상임위원 1명과 민간 전문가인 비상임위원 3~4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9.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금감원-금소원 분리에 "취업 사기냐" 반발…업무 분리 '난항'

총직원 2400명에 달하는 금융감독원 내부의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 작업은 더 큰 갈등이 예상된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상담, 민원 전문역 200여 명 포함 약 500명의 직원이 맡고 있다. 민원 업무를 주로 맡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 피로와 기피 현상이 높은 편인데,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확대·분리될 가능성이 점쳐지며 벌써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취업 사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금소원의 업무를 어디까지로 구분할지도 논란거리다. 큰 틀에서는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은 금감원, 소비자 보호 기능은 금소원이 담당한다는 것인데 '금소원이 소비자 보호 관련 분쟁·민원 관련만 맡게 되는지', '회계, 기업 공시 등 구분이 애매한 그레이존 분리 방법', '공보실 등 공통 업무 부서 재배치' 등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금소원도 검사권을 가질 경우 감독기관 간 신경전을 비롯해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중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각각의 이해관계가 굉장히 얽혀 있어, 어떻게 나눌지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소원 분리에 반발해 9일 오전 8시부터 정문 로비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소원 분리와 관련해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 원장은 전날 금감원 직원에게 보낸 공지에서 "감독체계 개편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금감원-금소원의 기능과 역할 등 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챙기는 한편, 인사 교류, 직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여러분들의 걱정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과 금감위설치법을 함께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야당의 강한 반발 속 합의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행안위 소관이나, '금융감독위원회설치법' 등은 야당이 위원장인 정무위를 거쳐야 해 법안 합의가 녹록지 않다는 이유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조직개편 관련 페이스북 글을 통해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금융위 설치법' 등 정무위 소관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개편 당사자인 금융당국과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밀실 졸속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