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게이트' 불씨 댕겼다…'농협은행의 나비효과' 트래블룰 초강수

농협은행, 작년 1월 트래블룰 적용 앞두고 빗썸 '개인 지갑 출금' 막아
김남국, 업비트로 우회해 이체하다 '이상거래' 탐지…코인게이트 수면 위로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김남국 의원의 거액의 코인투자 의혹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배경에는 NH농협은행의 '트래블룰' 대비 조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빗썸과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NH농협은행이 '개인 지갑'으로의 출금을 막으면서, 빗썸을 '주 거래소'로 쓰던 김 의원이 개인 지갑인 '클립'으로 자금을 이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 의원은 '빗썸→업비트→클립' 순으로 자금을 우회적으로 이체했고, 업비트에서 그의 거래를 '이상거래'로 탐지하면서 김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이 세상에 드러났다.

21일 <뉴스1> 취재 결과 김 의원은 지난해 1월 31일 단 12시간 만에 빗썸에서 업비트로 62만개(약 47억원)를 보내고, 그 중 57만7000여개(약 44억원)를 클립으로 보냈다. 거액의 위믹스를 옮기는 데 업비트를 단순히 '이동 채널'로만 쓰면서 업비트는 이를 이상거래로 탐지했다.

김 의원이 이 같은 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트래블룰이 영향을 미쳤다. 트래블룰(Travel Rule)이란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자산사업자 간 자금 이동 시 송·수신인 정보를 공유하게끔 한 규칙을 말한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조항 중 하나로,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에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초 트래블룰 적용을 앞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특히 빗썸과 코인원은 가장 큰 혼란을 겪었다. 당시 두 거래소의 실명계좌 파트너였던 NH농협은행이 트래블룰에 앞서 '초강수'를 둔 탓이다.

트래블룰 시행을 딱 두 달 앞둔 지난해 1월 24일, 빗썸은 농협은행의 요구에 따라 개인지갑으로의 출금을 막았다. 거래소가 아닌 개인용 가상자산 지갑은 사용자 정보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 확인이 가능한 곳으로만 자금을 이체하라는 게 트래블룰의 취지인 만큼, 사용자 정보 확인이 어려운 개인 지갑은 트래블룰 도입을 앞둔 은행과 거래소에게는 걸림돌이었다. 농협은행이 개인 지갑 출금을 아예 막아버리는 강경 조치에 나선 배경이다.

이에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빗썸 이용자들은 장벽을 마주하게 됐다.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해당 서비스에 개인 지갑을 연동해야 한다. 따라서 빗썸 같은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보낸 후 디파이 서비스에 연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남국 의원은 이런 방식을 쓰는 디파이 이용자이자, 빗썸 고객이었다. 그 역시 디파이 서비스 '클레바', '클레이스왑' 등에 위믹스를 예치하기 위해 빗썸에서 개인 지갑인 클립으로 위믹스를 보내려고 했지만 농협은행의 조치로 인해 이체가 막혔다.

결국 그는 빗썸에서 업비트로 위믹스를 보내고, 다시 업비트에서 클립으로 보내는 '우회 경로'를 택했다가 업비트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걸렸다. 12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대량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업비트 측은 이상거래보고와 관련한 것은 외부에 누설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이상거래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되고 검찰로 넘어가면서 김 의원의 이른바 '코인게이트'가 터지게 됐다.

빗썸은 지난해 3월 25일 트래블룰 도입 이후 개인지갑 출금 지원을 재개한 상태다. 현재는 PASS 인증을 거쳐 사전에 개인 지갑 주소를 등록해두면 빗썸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도 가상자산을 보낼 수 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