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돈세탁' 암호화폐취급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부과 추진

범죄 자금 150억 인출·북한 해킹 수백억 피해 등 명분
정부 정책방향 변수 여전…국회는 개별입법 움직임 활발

지난 2일 서울 중구 암호화폐 거래업체 빗썸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2018.2.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금융당국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사이트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은행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해 거래사이트를 우회 규제하던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당국은 특정금융정보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할 대상을 '금융회사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이다. 이 범주에 '가상통화 취급업자'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자금세탁방지와 안정적인 시스템 유지 등 의무를 취급업자(거래사이트)가 갖추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을 통해 거래사이트를 우회 규제하던 기존 방침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 범죄나 자금세탁에 악용된 사례가 밝혀지고 있다. 북한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를 해킹해 수백억원을 탈취했다고 국가정보원이 지난 5일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같은 날 지난해 하반기(7~12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을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로 입금한 후 현금화해 찾은 액수가 148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게 인가제나 허가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암호화폐를 어떤 법으로 규정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방향이 나오면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도 함께 가는 것"이라면서도 "암호화폐를 기존 금융권에 포섭하거나 인가제를 추진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은 기존 법령에 근거해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대상을 규정한다. '은행법에 따른 은행' '자본시장법에 따른 증권사' 등의 방식이다. 암호화폐를 규정하는 법령이 부재한 게 문제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법이 없더라도 조문 형태로 취급업자(거래사이트)를 규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회가 변수다. 정부 입법이 어떤 형태든 법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자산으로 인정하고 거래사이트 인가제를 도입하는 등 관련 법안 입법이 최근 활발하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를 제도화하는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인가제가 담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도 암호화폐 성격을 금융자산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여·야 정무위원회와 국회 입법조사처는 오는 8일 암호화폐 관련법 제정과 규제 방향에 대한 정책 세미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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