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주 外人명의까지"…대포통장 신종수법 은행권 '비상'

금감원, 전 금융사에 지도공문 발송키로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불법 유통시킨 신종 범죄가 발생해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대포통장 불법 거래 단속이 강화되자 해외 거주 외국인까지 범죄에 끌어들이는 신종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은 최근 검찰에 적발된 일본 거주 일본인 명의의 대포통장 개설 및 유통 사건과 관련해 국내 은행업계를 대상으로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모든 시중은행에서 개설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계좌 개설시 제출된 재직증명서 등 증빙 자료 현황 등을 파악한 후 다음주 재발 방지를 위해 전 금융권에 지도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일본인 19명을 입국시킨 후 국내 은행에서 이들 명의의 외국인 계좌를 개설해 불법 유통시킨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A(38)씨 등 대포통장 판매·모집책 3명을 전날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일본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국내 시중은행에서 52개 계좌를 개설하게 했다. A씨 등은 이렇게 만들어진 대포통장을 불법 도박사이트에 돈을 받고 판매했다. 명의를 제공한 일본인들에게는 항공료를 포함해 각각 2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술과 식사 등 향응을 제공했다.

이들은 통장 개설을 위해 여행업체를 허위 등록하고 일본인들에게 재직증명서를 발급한 뒤 은행에 제출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경우 체류 목적과 거주지, 직장 등 연고가 있어야 통장이 발급되기 때문이다.

그간 불법 금융사기에 활용되는 대포통장은 내국인이나 국내 체류 외국인 명의로 발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 통장 개설 요건이 내국인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내 거주 중국인 등의 명의를 빌리는 사례는 많았지만 해외 거주 일본인이 대포통장 개설에 명의자로 이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당국과 은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포통장을 활용한 범법 행위가 날로 지능화되고 있지만 사전·사후 조치가 모두 쉽지 않아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 같은 선진국 외국인의 경우 요건만 충족되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통장 발급이 쉽다"며 "통장을 개설해 준 은행들도 범죄에 악용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해외 거주 일본인의 경우 내국인이나 국내 체류 중국인과 달리 출국 후 한국 계좌에서 돈을 쉽게 인출할 수 없다"며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대포통장 명의가 적발돼도 형사처벌 절차가 복잡하고 손해배상, 금융거래 불이익 등도 크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신종 수법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불법 금융사기가 갈수로 지능화되고 있는 만큼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회사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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