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빼낸 朴씨 "돈 때문이었다..어리석었다" (종합2보)

KCB 전직원 박씨 "술자리서 범행 모의…2차 유출 없다"
전문가들은 2차 유출 가능성 제기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카드3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피의자 박 모 전 KCB 직원이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 모 광고대행업체 대표. 2014.2.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 1억건이 넘는 사상 초유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와 관련된 청문회가 18일 열린 가운데 이번 사태의 주범인 박모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차장의 입에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피의자 신분인 박모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출석해 범행 동기와 모의·실행과정을 털어놨다. 이날 청문회에선 박모씨 증언을 계기로 고객정보의 '2차 유출'가능성이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박씨는 2차 유출 가능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사고의 주범인 박씨를 비롯해 박씨로부터 정보를 건네받은 조모 광고대행업체 대표도 참석했다.

박씨의 증언에 따르면 박씨와 조씨는 지난 2009~2010년에 만났다. 박씨는 "조씨와는 4~5년 전부터 사회에서 알게된 후배"라고 말했다. 조씨 역시 "박씨는 A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인 장모씨의 대학 친구이기 때문에 처음 봤다"며 "이후 술자리를 하면서 (카드사 고객정보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스탠다드차타드캐피탈과 KCB, 원스톱솔루션 등 거래처의 마케팅을 대행하는 업체인 A커뮤니케이션에 사내이사였다. A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사는 박씨의 H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동문인 장모씨였고 조씨는 A커뮤니케이션 주식의 50%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이다.

박씨는 "조씨로부터 (회사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없냐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묵살했다가 이후 개인사정이 생겨 정보를 유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2012년 10월 농협카드에 파견근무를 하던 중 약 2500만건의 정보를 빼돌려 조씨에게 건넸다. 박씨는 조씨에게 데이터를 넘겨준 대가로 매달 200만원씩 총 1650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농협카드뿐 아니라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에서도 개인정보를 빼내 조씨에게 총 1억500만건의 개인정보를 넘겼다.

조씨는 박씨로 부터 받은 개인정보를 광고영업에 활용하다 정보를 대출업자에게 판매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박씨에게 받은) 고객정보를 가지고 광고영업에 도움되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해서 이용하다 대출업자인 이모씨와 술자리에서 얘기하다 데이터를 주게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씨에게 2300만원을 받고 103만건의 정보를 넘겼다.

조씨는 "박씨로부터 받은 데이터 중 대부분은 오라클이란 프로그램으로 암호화돼 있어 유포하지 못했고 엑셀로 저장돼 있던 110만건 정도의 정보만 이씨에게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정보는 오라클로 암호화 돼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지 못했고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광고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장조사 차원에서 쓰라고 조씨에게 데이터를 건넨 것"이라며 "데이터가 유포된 사실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와 박씨는 입을 모아 '추가적인 정보 제공 사실은 없다'며 2차 유출 가능성을 부인했다. 박씨는 "조씨에게 정보를 제공한 뒤 추가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고 조씨 역시 "이씨에게만 정보를 넘겼고 이씨가 100만건의 정보를 다른 곳으로 유출했을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IT 전문가들은 2차 정보유출 가능성을 점쳤다. 문송천 KAIST 교수는 "고가의 보물을 획득했다면 한 곳간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분산해두지 않겠느냐"며 "USB 하나를 갖고 (추가적인 정보유통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도 "대포폰,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PC방에서 정보를 주고 받을 경우 정보를 유출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피의자는 정보의 가치 충분히 알고 있고 기술적 능력이 있기 때문에 2차 유출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조씨와 박씨의 증언에 대해 의원들은 2차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영주(민주당) 의원은 "A커뮤니케이션′을 매개로 박모씨, 조모씨 그리고 장모 대표이사가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사상초유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벌어졌다"며 "이에 검찰 수사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A커뮤니케이션으로 흘러들어가 사업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조씨가 근무하던 A커뮤니케이션을 압색해 조씨의 컴퓨터에서 유출된 정보를 확인한 뒤 조씨를 현장에서 체포했지만 다른 직원의 컴퓨터는 육안으로만 확인하고 유출된 정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며 현오석 부총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검찰에 재수사를 촉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창원지검에서 철저히 수사를 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박씨와 조씨는 가림막 뒤에서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청문회에 참석했다. 한 의원은 "모자와 마스크를 끼고 이 자리에 참석할 거면 뭐하러 왔냐"고 지적했지만 박씨는 "가족들을 생각해 마스크를 쓴 것"이라며 선처를 부탁했다.

또 박씨는 의원들의 질책에 "어리석은 행동으로 국민과 금융관계자에 피해를 끼쳐 죄송하고 죽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씨도 "죽을 죄를 지었다"고 사죄했다.

hyun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