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보험 전화영업 전면중단..불법유통 차단 고육책

보험사 등 영업기반 고사..저신용자 자금수요 우려

신제윤 금융위원장(사진 왼쪽)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 임시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신 위원장은

(서울=뉴스1) 배성민 이현아 기자 = 금융당국이 3개 카드사(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초강수를 26일 꺼내들었다. 당분간 대출을 포함한 SMS,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한 금융사들의 보험, 카드 모집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시키는 내용이다.

카드사 정보유출에 따른 불법 정보 유출.활용 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무기한 단속, 최고수준 처벌) 외에 금융사와 대부업체 등의 사실상 영업 전반에 관여하는 내용이이서 업계의 충격이 큰 상황이다.

◇전화 대출 외에 보험.카드 판매도 한시 중단..유통 경로 원천 차단 금융위는 이날 임시 금융위원회를 개최, 이 같은 내용의 '개인정보 불법 유통·활용 차단조치'를 발표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SMS, 이메일, 전화를 통해 대출을 권유하거나 모집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키로 했다.

여기에는 대출 권유 뿐 아니라 보험, 카드 모집행위를 하는 경우도 적용된다.

다만 TM 판매비중이 70%인 보험사 7곳의 경우 '합법적인 정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경우'에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돼 전화를 통한 보험모집이 가능하다. AIG손보, 에이스손보, 악사다이렉트, 에르고다이렉트, 더케이손보, 하이카다이렉트 등 손보 6곳과 생보사 가운데서는 라이나생명이 이에 포함됐다.

이밖에 금융위는 자동차 보험 갱신 등 기본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전화업무는 허용키로 했다. 금융위는 대부(중개)업체와 단위 농, 수협 등 유사금융기관에도 원칙적으로 관련 영업방식을 제한토록 지자체, 각 기관 감독부처 등에 요청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방침은 현재 3개 카드사 유출 정보가 최초 유출자 등 몇 명 외에 외부에 흘러나간 흔적이 없긴 하지만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유출 정보가 이용될 가능성이 큰 수요처(금융사, 대부업체 등)의 수요를 3월말까지 한시적이긴 하지만 원천적으로 끊어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들 카드사의 정보 외에 여러 경로로 이전부터 축적됐던 다른 개인정보들도 일시적으로 유통 냉각기에 머물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번에 유출 사태로 카드 탈회.재발급.해지 요청 등과 맞물리면 상당 부분이 재이용의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개인정보가 불법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대출모집인 등이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인' 대출영업을 위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정보까지 필요로 하는 것이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는 또 대출 관련 업체들의 TV 광고, 이메일 발송 등까지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TV방송을 통한 대출광고는 무차별적인 대출을 권유하는 영업이고 충분한 대출(조건 관련) 정보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간 충분히 문제 제기돼 왔던 만큼 종합적으로 필요성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회사의 콜센터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 © News1

◇금융사.대부업체 영업기반 고사..설날.등록금.이사철 자금수요 어떻게 금융계 주변에서는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책이긴 하지만 금융사의 주요 영업기반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설날을 전후해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고 대학생 등록금, 이사철 등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우려를 나타내는 곳들은 전화영업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사들이다.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통상 별도 조직을 두고 자사 고객 정보 등을 활용해 전화를 걸어 보험을 판매하거나 카드 발급을 권유하는 TM 영업을 해왔다.

설계사를 늘리기 쉽지 않는 중소형 보험사들은 TM 영업을 주된 영업채널로 구축해 왔고 최근 대형 보험사들도 이에 대해 신경을 써 왔다. 카드사들은 신판과 현금 서비스 외에 카드 관련 정보를 통해 보험상품 판매, 카드 발급 권유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한 보험사 담당 직원은 "TM 전문이 아닌 보험사들은 TM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TM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사가 전화를 먼저 거는 아웃바운드 영업 외에 소비자들이 먼저 금융사로 전화를 해 오는 인바운드 영업은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금융사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전화영업 등 비대면 채널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지는 만큼 영업 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해당 인력과 부서 조직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한생명이 3500명, 흥국생명이 550명 등 상당한 규모의 TM 조직을 둔 것을 비롯해 주요 보험사들은 회사의 콜센터를 수도권 외 지방에 설치하는 등 지역 고용 창출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어 충격을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TM 상담원 대부분이 여성 인력이어서 이들을 흡수할 완충 지대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도 당국의 고민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밖에 실제로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권은 저축은행과 대부업, 캐피탈사 등이 될 전망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저축은행 사태로 영업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찾았던 것들이 또다시 충격을 받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캐피탈사들 중에서는 자동차 관련 대출 등이 큰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 이후 회사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지만 사실상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일거리가 없어진 영업인력을 휴직 등을 포함해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baes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