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 실종' 국고채 패닉…돈줄 말라붙는 기업들

주요 국채금리 3%로 '껑충'…증권가 "2010년 이후 5번째 패닉"
채권 패닉 장기화 전망…기업들 회사채 발행 연기 또는 축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장기화 전망에 '국고채 금리'가 요동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는 두달 만에 0.6%포인트(p) 가까이 치솟으면서, 금리 3%를 넘어섰다.

문제는 기업 자금 조달이다. 국고채 금리가 회사채 금리의 기준인 만큼, 국고채가 급등하면 회사채 금리도 함께 오르며 조달 비용이 커진다. 실제 이자 부담이 커지자 회사채 발행을 미루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는 국채 시장이 2010년 이후 다섯 번째 '패닉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기 개선 기대와 물가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금리가 빠르게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 국채금리 3%로 '쑥'…지난해 6월 수준까지 올라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일 3.041%로 전날보다 0.019%(p) 상승했다. 10년물 역시 0.022%p 오른 3.368%를 기록했다.

3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올해 내내 각각 2.5%, 2.7%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지만, 10월 말에서 11월 초 잇따라 3%선을 돌파하며 급등세로 돌아섰다.

특히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 말 2.4%대에서 불과 두 달 만에 약 0.6%p 급등했다. 3년 금리가 3%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국고채가 뛰는 가장 큰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식었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는 향후 기준금리 방향을 선반영해 움직인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 금리는 낮아지고, 기대가 약해지면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외신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폭과 시기, 정책 방향도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언급하면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며 시장이 발작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흔들린 시장 심리는 쉽게 안정되지 않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조달 비용 부담"…회사채 발행 연기 또는 축소

문제는 기업 자금 조달이다. 회사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리도 동반 상승해 조달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을 미루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4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다가 시기를 내년 1분기로 늦췄고, KCC글라스 역시 이달 예정했던 1500억 원 규모 발행을 내년 1분기로 미뤘다.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행 규모를 축소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HDC는 발행 계획을 10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줄였고, SK온도 1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축소해 발행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58조214억 원으로 파악됐다. 만기에 맞춰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하는 기업들에 높은 국고채 금리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가 "2010년 이후 5번째 패닉…금방 진정 어려울 것"

증권가는 현재 채권시장 MDD(최대손실률)이 마이너스 6.8%로, 2010년 이후 다섯 번째 '패닉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MDD(최대손실률)는 채권을 가장 비쌀 때 매수한 투자자가 금리 상승으로 입은 최대 손실 폭을 나타내는 지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가 연일 오르면서 주요 국채금리는 2024년 6~7월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국고채 10년물 가격의 MDD를 추적해 보면 -6.8% 수준으로 현재 채권시장은 2010년 이후 5번째 패닉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지표 추이를 고려하면, 채권 패닉이 금방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경기 개선 기대감과 물가 경계심이 맞물리며 금리가 빠르게 안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연말에는 기관들의 북클로징 (Book-closing) 또는 손절 물량 출회에 따라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