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무죄'로 본 금감원의 칼…국감서 '공공기관 지정' 도마 위

금감원이 정조준한 김범수…포토라인까지 세웠는데 결국 '무죄'
"증거가 없다" 법원도 이례적 질타…'금감원의 칼' 견제 목소리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10.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시세 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수사의 출발점이었던 금융감독원의 책임론도 불가피해졌다. 금감원은 2023년 이복현 전 원장 주도로 카카오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벌인 뒤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기관이다.

특히 지난 20~21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른바 '금감원의 칼'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인데, 최종 결정은 다음해 1월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시세조종 혐의' 카카오 김범수 1심서 무죄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판결의 핵심은 '증거 불충분'이었다. 검찰은 김 창업자와 카카오가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검찰의 '압박 수사'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이 한 관계자의 진술을 유일한 증거로 제시했지만, 이를 '압박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고 질타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는 (이같은 수사가) 지양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10.2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카카오 정조준한 '금감원 특사경'

사건을 재판에 넘긴 것은 검찰이지만, 출발점은 금감원이었다. 금감원은 2023년 3월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신속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고, 당시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SM 시세조종 의혹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최대한의 권한을 행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카카오를 압박했다.

같은해 8월 금감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김 창업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10월에는 직접 소환 조사까지 실시했다. 물론 특사경의 소환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김 창업자 정도의 '거물'을 소환하고 포토라인까지 세우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그룹은 유독 윤석열 정부 시절 각종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았다. 이 전 원장은 첫 검찰 출신 금감원 수장으로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렸다.

국감서 '공공기관 지정' 논의 재점화

카카오 사태가 1심에서 무죄로 결론 나면서 '금감원의 칼'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금감원장은 별도의 인사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정부는 금감원의 통제 방식으로 공공기관 지정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근 금융시장 안정을 이유로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다만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1월 공공기관을 확정·발표하기 때문에, 내년 초 공운위에서 금감원의 지위를 다시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논의는 재점화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그에 상응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금융감독 기능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수행돼야 하며, 정치적·행정적 통제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