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이면 토큰증권 계좌 직접 관리…비금융사에 문 열린다[토큰증권 대해부]⑦

비금융사도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 가능
증권사 안 거치고 자체 발행 증권 투자자 계좌 관리

편집자주 ..."혁신은 시장이 이끌고, 신뢰는 정부가 뒷받침하겠다." 금융당국이 최근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서 주식·채권·펀드 등 모든 증권으로 넓히며 내건 청사진이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열리는 시장은 기관용 사모상품과 비상장주식, 조각투자가 중심이다. 상장주식 등은 언제 토큰화할지 정해지지 않았고, 원장과 유통시장도 기존 자본시장 체계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선언대로라면 토큰증권은 새로운 ‘디지털 자본시장’의 시작이다. 과연 그만큼의 시장이 열리는가. <뉴스1>은 10회에 걸쳐 화려한 청사진 뒤 한국형 토큰증권의 실체와 가능성, 한계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개최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회의에서 유관기관, 협회, 민간 전문가들과 지난 1차회의와 2차회의에서 세부 논의를 진행한데 이어, 3차 회의에서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를 종합해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공개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내년 2월 토큰증권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증권사나 은행이 아닌 일반 기업도 자신이 발행한 토큰증권의 투자자 계좌를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사실상 한정됐던 증권 계좌관리 업무의 문을 토큰증권에 한해 비금융회사에도 열면서다.

특히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자기자본 요건이 40억 원으로 정해지면서 일정 수준의 자본력과 전산·보안 역량을 갖춘 핀테크·블록체인 기업이나 조각투자 사업자도 직접 토큰증권 발행·계좌관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같은 비금융 디지털자산 기업도 향후 토큰증권을 직접 발행하고 관련 요건을 갖출 경우 제도적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 방향'에서 토큰증권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자기자본 등록요건을 40억 원으로 설정했다. 계좌관리 전문인력 1명과 내부통제 전문인력 1명, 전산 전문인력 2명도 갖춰야 한다. 전산·보안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전산설비 기준도 적용된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은 이번 토큰증권 제도 도입으로 새롭게 생기는 제도다. 지금까지 투자자의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하는 계좌관리기관은 투자중개·매매업자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로 제한돼 있었다. 투자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데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전산시스템을 연계해야 하는 만큼 금융회사 중심으로 역할을 맡겨온 것이다.

토큰증권에서는 이 문턱이 낮아진다. 금융회사가 아닌 증권 발행사도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으로 등록하면 자신이 발행한 토큰증권에 한해 투자자의 증권계좌를 직접 개설하고 관리할 수 있다. 금융위는 분산원장을 여러 참여자가 공동으로 기록·관리하고 무단 삭제나 변경을 막을 수 있다는 기술적 특성을 고려해 이 같은 구조를 허용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기업이 증권을 발행하더라도 투자자가 누구인지 누가 얼마만큼의 증권을 갖고 있는지 등을 기록하는 고객계좌부는 증권사 등 기존 금융회사가 관리해야 했다. 앞으로는 토큰증권 발행사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이 역할을 직접 맡을 수 있는 것이다.

토큰증권은 기존 전자증권과 달리 예탁결제원과 계좌관리기관 등이 분산원장 네트워크에 함께 참여해 전자등록정보를 공동으로 기록·관리한다. 다만 개인정보 등 분산원장에 기록하기 적합하지 않은 정보는 각 기관이 별도의 연계장부에서 관리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증권사를 거치지 않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발행인이 직접 계좌관리기관 역할을 맡으면 자신이 발행한 증권의 투자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역시 발행인 계좌관리제도를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증권 권리관리와 업무처리 구조를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 40억 원…대형 핀테크·블록체인 기업도 진입 가능

업계에서는 특히 자기자본 요건이 40억 원으로 결정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자기자본 요건을 10억 원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금융당국은 이를 40억 원으로 결정했다. 기존 계좌관리기관의 자본요건 가운데 투자중개업이 40억 원, 투자매매업이 500억 원, 은행이 1000억 원, 보험회사가 300억 원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회사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미 블록체인 인프라와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핀테크·디지털자산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 열릴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 역시 제도상으로는 진입이 가능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자격이 금융회사에 한정되지 않는 만큼 향후 토큰증권 발행 구조를 갖추고 자기자본과 전문인력, 전산설비 등 등록요건을 충족하면 자신이 발행한 토큰증권의 고객계좌를 직접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다만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만으로 다른 기업이 발행한 토큰증권을 자유롭게 중개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가 허용한 범위는 원칙적으로 발행사가 '자신이 발행한 증권'의 고객계좌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토큰증권 매매·중개는 별도의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중개업 인가 체계가 적용된다. 금융위도 기존 투자중개·매매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해당 인가 업무 범위 안에서 토큰증권을 취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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