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토큰화한다더니…실제론 '수익증권' 토큰[토큰증권 대해부]④
비상장주식 직접 토큰화 아닌 신탁 방식…수익증권만 분산원장서 관리
의결권·배당 등 주주권은 기존 시스템에…권리 연계 세부 절차는 아직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금융당국이 내년 2월부터 비상장주식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지만 실제 블록체인에 올라가는 것은 비상장주식 자체가 아닌 이를 기초로 발행한 '신탁수익증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주식을 직접 토큰으로 바꾸는 대신 기존 전자증권 형태의 주식은 예탁결제원이나 신탁업자에 맡겨두고, 이를 기초로 별도의 신탁수익증권을 발행해 토큰화하는 방식이다. '비상장주식 토큰화'라는 이름과 달리 주식과 토큰이 각각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과 새로운 토큰증권 인프라에 나뉘어 존재하는 셈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 방향'에서 내년 2월 시행되는 1단계 토큰화 대상에 신탁 방식을 활용한 비상장주식을 포함했다.
금융위는 토큰증권 제도 시행 초기부터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정형증권까지 토큰화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주식의 경우 비상장주식부터 시작하면서도 주식 자체를 토큰증권으로 직접 발행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다.
금융위가 제시한 방식은 기존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비상장주식을 예탁결제원이나 신탁업자에 신탁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별도의 '비상장주식 신탁수익증권'을 발행하고, 이 수익증권을 토큰증권 형태로 만드는 구조다.
예컨대 비상장기업 A사의 주식을 토큰화하더라도 A사가 기존 주식 대신 새로운 'A사 주식 토큰'을 발행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A사 주식을 수탁기관에 맡기고, 해당 주식을 기초로 발행한 신탁수익증권을 토큰 형태로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따라서 투자자가 토큰 형태로 보유하고 거래하는 증권 역시 A사 주식 자체가 아니라 A사 주식을 기초로 한 신탁수익증권이다. 금융위도 이를 '비상장주식 신탁수익증권'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과 새 토큰증권 인프라를 동시에 활용한다. 기초가 되는 비상장주식에 수반되는 권리는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토큰증권 인프라에서는 해당 주식을 기초로 발행한 신탁수익증권의 권리를 관리한다.
금융위가 '이원화를 통한 효율적 권리관리'라고 설명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결국 1단계에서 추진되는 '비상장주식 토큰화'는 비상장주식 자체를 블록체인 위에서 직접 발행·관리하는 방식이라기보다 기존 전자증권 체계 위에 신탁수익증권 형태의 토큰증권을 한 겹 더 얹는 구조에 가깝다.
금융위가 비상장주식을 직접 토큰화하지 않고 신탁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주식에 수반되는 복잡한 권리관계가 있다.
주식에는 배당과 의결권, 신주인수권을 비롯해 증자·감자, 주식 병합·분할 등 다양한 권리가 따라붙는다. 이를 모두 새롭게 구축하는 토큰증권 인프라에서 처리하려면 시스템 구축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 금융위 역시 주식 등 기존 정형증권은 권리관계가 다양해 토큰증권 시스템 구축 난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상장주식 자체에 수반되는 각종 권리는 이미 관련 시스템을 갖춘 기존 전자증권 인프라에서 처리하고, 토큰증권 인프라는 신탁수익증권의 권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관건은 두 시스템에 나뉜 권리를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기초자산인 비상장주식에서 배당이나 의결권, 신주인수권 등이 발생하면 신탁을 거쳐 토큰 형태의 수익증권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정해야 한다. 투자자가 직접 주주가 아니라 신탁수익증권 보유자라는 점에서 기존 주식 투자와 권리 행사 방식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의결권의 경우 수탁자가 주주명부상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되 수익자의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취합·반영할지, 배당이나 신주인수권 등 경제적 권리를 어떤 절차를 거쳐 수익자에게 이전할지 등이 실제 상품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금융위는 정책 방향에서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과 토큰증권 인프라를 이원화해 권리를 관리한다는 큰 틀을 제시했지만, 비상장주식에서 발생하는 개별 권리를 신탁수익증권 보유자에게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연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방식까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실제 제도 시행까지는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에서 관리되는 비상장주식의 권리와 분산원장에서 관리되는 신탁수익증권의 권리를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세부 운영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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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혁신은 시장이 이끌고, 신뢰는 정부가 뒷받침하겠다." 금융당국이 최근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서 주식·채권·펀드 등 모든 증권으로 넓히며 내건 청사진이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열리는 시장은 기관용 사모상품과 비상장주식, 조각투자가 중심이다. 상장주식 등은 언제 토큰화할지 정해지지 않았고, 원장과 유통시장도 기존 자본시장 체계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선언대로라면 토큰증권은 새로운 ‘디지털 자본시장’의 시작이다. 과연 그만큼의 시장이 열리는가. <뉴스1>은 10회에 걸쳐 화려한 청사진 뒤 한국형 토큰증권의 실체와 가능성, 한계를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