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급제" 금융위 초대 가상자산과장 김성진…2년 만에 '미완의 퇴장'
업계와 적극 소통하며 정책 뼈대 마련…'말 통하는 관료' 호평
2단계 입법·법인시장 전면 개방 못 끝내고 2년 만에 자리 옮겨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금융위원회 최초의 가상자산 전담 조직을 이끌어온 김성진 초대 가상자산과장이 2년여 만에 자리를 떠났다. 가상자산 법인시장 참여의 물꼬를 트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의 뼈대를 마련하는 등 제도화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으로 기본법 입법이 지연되고 법인시장 전면 개방도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핵심 과제는 후임자의 몫으로 남게 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과장은 전날 자산운용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24년 7월 금융위 초대 가상자산과장에 임명된 지 약 2년 1개월 만이다. 후임에는 서나윤 전 금융데이터정책과장이 임명됐다.
김 과장은 1980년생으로 민족사관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요크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2년 만 22세에 제46회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해 관과에서 '소년급제'로 불렸다.
옛 재정경제부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자산운용과와 자본시장과, 은행과, 금융정책과 등을 거쳤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제도운영과장과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실 행정관도 역임했다.
지난 2024년 7월에는 금융위 최초의 가상자산 전담 조직이 출범하며 초대 가상자산과장으로 임명됐다. 투자자 보호 등을 규정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업계에선 전담 조직 출범을 계기로 가상자산 제도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이후 김 과장은 업계 행사와 국회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업계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는 행보를 보였다. 규제에 무게를 뒀던 기존 금융당국의 모습과 달리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말이 통하는 관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 A 씨는 "그동안 만난 당국자 가운데 가장 열린 자세를 보인 관료였다"며 "과장이 직접 국회와 업계 행사를 뛰는 모습은 흔치 않은데, 해외에서도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 정보를 파악하는 등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책 성과도 있었다. 김 과장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상자산위원회의 실무 운영을 맡았고, 지난해 2월에는 '법인의 단계적인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후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가 가상자산을 매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가상자산 공시·유통과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등 산업 전반을 규율할 법안의 뼈대를 세웠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정부안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 등이포함되면서 기본법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원래는 없던 두 조항이 갑작스럽게 포함되자 일각에선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은행과 국회 등 관계기관의 입장까지 엇갈리며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마련된 정부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못했다. 법인시장 참여도 상장사·전문투자자 법인의 매매와 일반 법인까지 포함한 전면 개방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B 씨는 "가상자산 제도의 뼈대를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실제 입법과 법인시장 전면 개방까지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김 과장은 가상자산 전담 조직을 안착시켰다는 평가에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법인시장 전면 개방이라는 양대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채 2년 만에 '빈손 퇴장'하게 됐다.
남은 과제는 서 과장에게 돌아갔다. A 씨는 "정부안의 기본 틀은 마련된 만큼 앞으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국회·관계기관과의 조율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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