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이던 은행권도 코인 인프라 경쟁…블록체인 사업 속도전
커스터디 넘어 블록체인 인프라 직접 구축…은행권 기조 변화
글로벌 은행도 스테이블코인 결제·현물 ETF 발행…韓 2단계법 변수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은행권이 지난 몇 년간 보수적으로 접근해 온 가상자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커스터디(수탁) 기업 지분 투자 수준을 넘어 스테이블코인과 온체인 인프라 구축 등 직접 사업 모델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권이 이미 블록체인 기반 결제와 가상자산 사업 확대에 나선 가운데 국내 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시장 진입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규제 불확실성과 자금세탁 우려 등으로 가상자산 사업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은행권은 직접 사업에 뛰어들기보다 커스터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참가해 왔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 직접 진입하기보다 수탁 등 기존 은행 업무와 접점이 있는 분야에 제한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과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직접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블록체인 기업 보난자팩토리와 은행권 최초로 온체인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했다. 블록체인 지갑의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범죄 연관 주소나 고위험 주소 등 데이터베이스를 자체 구축해 위험 신호를 점검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시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iM뱅크는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 검증(PoC)에 착수했다. 은행 예치금과 블록체인상 발행량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시스템과 스마트 콘트랙트 개발, 양자 내성 기술 확보 등을 추진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차세대 양자 컴퓨팅에 대한 위협에도 견딜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BNK금융그룹, iM금융그룹 등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방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사용처 확대 등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의 기조 변화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사들의 사업 확대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외 주요 은행들이 결제·송금과 투자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적극 도입하며 국내 금융권 역시 관련 사업을 외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경우 과거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을 두고 '사기(fraud)'라고 비판했지만, 현재는 블록체인 사업에 적극적인 금융사 중 하나로 꼽힌다. JP모건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키넥시스'를 통해 기관 간 결제와 토큰화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관용 스테이블코인 'JPM 코인'도 송금·결제에 활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대형 투자은행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발행했다. 그동안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가 주도한 시장에 은행도 뛰어든 셈이다.
다만 한국은 제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담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할지, 핀테크 기업에도 허용할지를 두고 업권 간 의견 차이가 이어지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융권이 가상자산에 대해 조심스럽게 바라봤다면, 지금은 블록체인을 차세대 금융 인프라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며 "향후 제도 정비 여부에 따라 은행권 디지털자산 사업 경쟁도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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