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두고 한은·업계 입장 차…"은행 중심"vs"기술기업도"

한은 측 "은행 중심으로 도입해야 스테이블코인 안정화에 기여 가능"
학계·업계 "인터넷은행 도입 때와 비슷…결국 기술 기업이 잘했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약을 넘어 디지털 금융혁신으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안을 이달 중 국회에 넘길 예정인 가운데, 한국은행 측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업계에서는 기술기업이나 핀테크 업체들에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약을 넘어 디지털 금융혁신으로' 토론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노진영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나오면) 신용 창출 부문에서 은행의 위치가 축소될 수도 있고, 중앙은행 B/S(대차대조표)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돼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은행 중심으로 발행 주체를 한정해야 한다는 뜻도 시사했다.

노 팀장은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을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은행 중심으로 도입해야 스테이블코인 안정화에 훨씬 더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스테이블코인 백서에서도 '바람직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고려사항' 중 첫 번째로 '은행권 중심 도입'을 꼽은 바 있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기술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도 발행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에 참여한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한국은행의 B/S가 흔들리지도 않고, 통화정책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으로 단기 국채에 투자할 경우, 단기 국채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기 국채가 모자란다면 한은이 주장한 '디파짓 토큰(예금 토큰)'을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백서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예금 토큰을 병행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예금 토큰이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토큰화한 것으로,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게 특징이다.

강 교수는 현재의 상황을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던 시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은행이 처음 나올 때도 은행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결국 카카오, 토스 같은 기술 기업이 만들었다"며 "이제는 은행들의 기술 수준이 인터넷은행에 못 미치고 있을 정도다. 마찬가지로 간편결제 서비스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장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도 인터넷은행 같은 혁신 산업이므로 기술기업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측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대표는 "업계 현장에서 느끼는 건 기존 규제보다는, 24시간 돌아가는 블록체인 환경을 이해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해외 고객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 결제를 하겠다고 하는 시대에, 왜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은이 제기한 우려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토론에 나선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인해 통화량 변동 등이 우려된다면 기민하게 모니터링하는 게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도걸 의원 스테이블코인 발의안에도 있는 내용인데, 디지털자산위원회(감독기구)를 마련하고 한은의 긴급조치명령권, 자료제출요구권 등을 보장하는 방법이 있다"며 "중앙은행이 긴급조치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