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놓고 프롬프터 '커닝'하는 아이돌, 진정성에 의구심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아이돌 쇼케이스 현장은 늘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곳이다. 새 앨범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자리이자, 대중과 미디어가 아티스트의 태도와 진정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최근 쇼케이스 현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체감하게 되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프롬프터 사용 방식이다. 프롬프터 자체는 이제 업계의 표준 장치다. 팀 내 다양한 국적의 멤버가 존재하고, 신인에게 언론 대응은 쉽지 않기 때문에 소속사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제는 '사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이다. 눈으로 힐끔 확인하며 흐름을 점검하는 정도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일부 그룹은 아예 대놓고 대본을 읽듯 프롬프터에 의존하고, 발음과 말투가 부자연스러워지며 문장을 기계적으로 읊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한 걸그룹의 쇼케이스 현장도 그랬다.

취재진의 질의응답 시간은 아티스트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이때조차 프롬프터에 띄워진 문장을 그대로 따라 읽느라 정신없는 모습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 답변이 이 아티스트의 생각이 맞는가?'라는 질문이다. 작사·작곡을 하지 않았더라도, '플레이어'로서 이번 앨범에서 본인이 느낀 감정이나 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단 몇 줄'이라도 스스로 정리해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반면 준비된 아이돌들은 태도만으로 이미 현장 분위기를 바꾼다. 방탄소년단(BTS)은 초기부터 기자간담회에 직접 종이와 펜을 들고나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답했다. 얼마 전 쇼케이스를 열었던 앤팀 역시 다수가 일본 멤버임에도 한국어 질의응답에 진지하게 임하며 논리적이고 진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 외에도 언론의 질문에 생각하는 바를 잘 정리해 전달하는 아이돌은 많다. 이렇다 보니 프롬프터에 의지하는 그룹은 더욱 눈에 잘 띄기 마련이다.

자신이 속한 팀과 작품을 책임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모두 합쳐져 '준비된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만든다. 하지만 프롬프터에 의존하며 기계처럼 답변을 읽어내는 아티스트는 진정성을 스스로 희석한다는 것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hmh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