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보다 추적, 결론보다 사람"…'암살자(들)', 웰메이드로 추석 승부(종합)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이면을 좇는다. 허진호 감독은 실존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와 기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52년 전 사건을 밀도 있게 풀어냈다. 묵직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채운 '암살자(들)'이 웰메이드 작품으로 추석 극장가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더욱 주목된다.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암살자(들)'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허진호 감독과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암살자(들)'는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덕혜옹주'(2016)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보통의 가족'(2024)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유해진은 저격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수사의 최전선에 선 중부서 경감 철구를, 박해일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 태도로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는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을 맡았다. 이민호는 저격 사건 현장에 있었던 열정과 패기의 신입 기자 영일로 분했다. 영화는 형사 철구의 수사, 재환과 영일을 중심으로 한 기자들의 취재를 교차시키며 사건의 이면으로 접근한다.
박해일은 이민호와 함께 기자 역할을 소화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언론인 분들의 아주 보편적 직업적 소명과 책임감, 수평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갖고 가려 했다"며 "시대는 다르지만 직업적인 부분이 지금과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 중심에서 다양한 직업군이 담겼는데 초반엔 형사 철구의 시점으로 가지만 후반부엔 민호 씨와 함께한 기자팀도 어떤 호흡을 갖고 끝까지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에서 기자라는 역할이 잠시 소구될 뿐 하나의 테마를 이뤄 처음부터 끝까지 긴 호흡으로 가는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진지하게 접근하는 캐릭터들은 드물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민호 역시 기자 영일을 연기하며 '진실'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이 시대에 살면서 어느 순간부터 진실보다는 좀 더 자극적인 타이틀이 더 중요시 여겨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꼈던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매체뿐만 아니라 1인 유튜브나 이런 것들, 그러니까 매체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의 콘텐츠들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페이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면에서 제가 살아보지 않았던 시대에 진실을 추구했던 사람들의 그런 신념, 그런 것들이 때로는 그립기도 했다"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개인적인 추구미였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가장 우선적으로 중점적으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다만 캐릭터 표현에서는 박해일과 차별점을 뒀다. 이민호는 "부장 기자는 굉장히 겉으로는 정적이지만 내면의 동적인 면을 표현하는 인물이었다면 영일은 반대로 활어 같은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것을 처음부터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몸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동선을 조율했고, 유복한 집안 출신이라는 설정 역시 과하게 감추지 않는 방향으로 스타일링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화려한 특별출연진도 '암살자(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정우성과 심은경, 박정민 등이 비교적 짧은 분량에도 작품에 힘을 보탰다. 허 감독은 이에 대해 "역할보다 비중이 더 큰 배우들이 나왔을 때 잘못하면 이질감이 생기거나 역할보다 그 배우를 먼저 떠올리면서 불편한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영일의 형이자 회장 역으로 등장한다. 허 감독은 "어떤 상징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배우분들이 대본을 재미있게 읽으셔서 한두 신을 맡아주셨다"며 "이런 것들이 소비되지 않기 위해 나름의 진실성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박정민은 총격으로 고(故) 육영수 여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을 연기했다. 허 감독은 "대사가 많지 않은 캐릭터지만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누가 좋을까 생각하다 박정민 배우를 먼저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어서 감독인 저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하기 어려웠다"며 "서로 이 인물이 어떤 생각을 갖고 무엇을 했을까 계속 질문만 하면서 끝났던 기억이 있는데 너무나 훌륭한 연기로 잘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무려 1000만 흥행에 성공한 유해진은 또 한 편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내놓는 소감도 전했다. 그는 "올해 제게 너무 특별하다"며 "'왕과 사는 남자' 때문에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왕과 사는 남자' 또한 아끼는 작품으로서 마음에 둬야 하는 때가 온 것"이라며 "'암살자(들)'도 극장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잘 살아남기를 바란다, 이 작품도 '왕과 사는 남자'와 같이 모진 세상에 나와서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바랐다.
'암살자(들)'이 근현대사를 다뤄 1000만 흥행 성과를 거둔 '서울의 봄'의 제작사의 신작인 만큼, 두 작품이 함께 거론되는 데 대해 "이 영화는 저희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이제까지 감춰왔던 진실이나 혹은 배후를 밝혀내는 영화로 접근을 하진 않았다, 추적해 가는 과정 속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마침 그 시기에 유사한 일들이 있었기에 자유언론실천선언 에피소드를 가져오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암살자(들)'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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