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나홍진식 장르 변주…K 액션 스릴러가 SF를 만나면 [칸 리뷰]
[시네마 프리뷰] 7월 개봉 영화 '호프' 리뷰
- 정유진 기자
(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 칸 영화제에 초청됐던 영화 '곡성'(2016)은 오컬트적인 요소에 미스터리 스릴러, 코미디, 액션 등의 장르를 뒤섞어 풍부한 재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신작 '호프'는 역시나 '곡성'에서 보여준 화려한 '장르 융합'을 이뤄내며 영화 예술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지난 17일 오후 9시 30분(이하 현지 시각, 한국 시각 18일 오전 4시 30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 내 위치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호프'는 크리처물과 SF, 스릴러와 액션, 어드벤처 등의 장르가 뒤섞인 작품이었다. 특히 '외계인'이라는, 한국 영화에서는 낯선 존재의 등장이 충격과 신선함을 안기고, 뭔가 모를 찜찜함이 남는 결말이 나홍진 감독 전작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 성기(조인성 분) 무리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길 한복판에 죽어있는 소를 발견한 범석은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다 초토화가 된 어느 가게를 발견한다. 총을 든 채 호랑이를 쫓던 그는 자신이 쫓던 것이 호랑이가 아닌, 그보다 더 강력하고 이상한 무엇인가임을 깨닫는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호포항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은 총기 사용에 능숙하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이 존재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싸움에 나선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반격은 강하다. 자동차는 날아가고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죽는다. 그로 인해 싸움은 더 필사적이 된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괴물들을 쫓던 중, 범석은 괴물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당혹감을 느낀다.
괴물들의 실체는 영화 중반부 이후에 밝혀진다. 그들은 외계에서 온 생명체들이었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유명 배우들이 분한 이 존재들은 문명화된 종족이지만, 나홍진 감독은 의도적으로 일정 시점까지 이들이 쓰는 외계어의 의미를 드러내지 않는다.
'호프'의 초반 한 시간은 에너지와 박진감이 넘친다. 황정민은 유려한 완급조절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존재들과 밀고 당기기를 펼쳐내고, 자연스럽게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의 상황에 동화되게 만든다. 80년대 경찰 복장을 하고 등장하는 그는 첫 장면부터 성기 무리의 기선을 제압할 뿐 아니라 관객들의 기선도 제압하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킨다.
영화의 대부분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이뤄졌다. 감독이 "스릴러"라고 이야기를 해도, 많은 이들이 영화의 장르를 액션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범석을 비롯해 성기와 성애(정호연 분) 등 마을 사람들의 의도는 분명하다. 선을 넘어온, 이상한 침입자들로부터 마을을 지켜내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의 중반부 이후까지 관객들은 몰아치는 총격 액션을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유쾌하게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관객을 유인해 온 나 감독은, 이 냄새나고 이상한 괴물들의 참모습을 후반부에 가서 조금씩 보여주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를 뒤섞고 흔든다.
영화 CG의 품질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외신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있다. 그뿐 아니라 영화 속에 구현된 외계인들의 얼굴은 그간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봤던 다소 익숙한 비주얼의 느낌을 주며 영화의 신선도를 떨어트린다. 나 감독은 인터뷰 등에서 얘기한 것처럼 남은 두 달간 후반 작업을 이어가며 CG가 주는 위화감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속에서 구현된 다양한 장르의 변주가 흥미롭다. 황석정과 임현식, 음문석 등의 조연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영화의 코미디를 완성한다. 이들 덕분에 전반부까지 '호프'는 때리고, 부수고, 깔깔거리며 웃는 'K무비'와 '타란티노 스타일'을 뒤섞은 듯한 액션 영화로 작동한다. 이어 외계인 종족들이 등장한 이후부터 영화는 SF 영역으로 슬그머니 진입한다. 외계 종족의 우주선이 자리를 잡은 어둡고 거대한 숲속의 기묘한 분위기가 장르적인 신비로움을 극대화한다. 조금씩 밝혀지는 외계 종족의 실체는 거대한 세계관의 시작을 알린다. 상영시간 2시간 40분.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다.
한편 '호프'는 제7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오는 23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놓고 21편의 다른 작품들과 경쟁을 벌인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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