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사쿠라 "한국어 잘했다고? 아싸!…진짜 '도라' 같았던 김도연" [칸 인터뷰]

감독주간 초청 정주리 감독 영화 '도라'의 주인공 안도 사쿠라

안도 사쿠라 /ⓒSusyLagrange

(칸=뉴스1) 정유진 기자

"처음 작품을 읽었을 때, 나는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의 유명 연기파 배우 안도 사쿠라(40)가 영화 '도라'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낀 첫 감정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첫 번째로 한국어 말하는 부분이 걸렸어요.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데 언어적인 문제가 컸거든요. 그리고 섹슈얼한 신이 걸렸죠. 예전에는 많이 찍었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런 장면을 다시 생각하게 됐거든요. 영화 자체가 자극이 많고 드라마가 많아서 지금 가진 에너지와 맞을까 생각이 들어서 망설였어요."

안도 사쿠라는 20일 오후 2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20일 오후 9시)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 인근 영화진흥위원회(KOFIC) 홍보관에서 진행된 영화 '도라' 관련 뉴스1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도라'의 섭외 요청을 한 차례 거절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정주리 감독의 편지를 받게 됐다.

"제가 연기하도록 배려하겠다, 맞춰주겠다는 얘기가 담긴 감독님의 편지를 받고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는 시나리오를 봤죠. 저는 영화에서 어떤 그림에 제가 들어갈지 상상하고 동경하는 부분을 만들거든요. 이 그림에서는 나미가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게 저와 연결된 것처럼 느껴졌고 한 신에 매료돼 출연하게 됐죠."

안도 사쿠라 /ⓒSusyLagrange

'도라'는 서울을 떠나 한여름 바닷가 별장으로 향한 한 가족이 머무는 동안, 알 수 없는 병을 앓던 도라(김도연 분)가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며 모든 것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를 재해석한 이 작품은, 실패한 상담 사례의 주인공이자 남성중심적 사고의 희생양이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현대 한국을 배경의 새로운 이야기로 끌고 왔다.

이번 영화에서 안도 사쿠라는 도라의 사랑을 받는 아버지 친구의 일본인 아내 나미 역을 맡았다. 쌍둥이 산이 강이의 엄마인 나미는 극 중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도라를 따뜻하게 대해준다. 안도 사쿠라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 중에 불륜에 빠지기도 하고, 도라의 저돌적인 애정의 대상이 돼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영화 속 나미의 다양한 면모를 연기로 보여준다.

"저는 기본적으로 답을 정해놓지 않고 연기하는 편이에요. 그 캐릭터가 어디에 도착하는가가 중요하죠. 연기하는 사람이 답을 정해놓고 가면 영화의 매력을 깨트리고 풍부한 요소를 없앨 수 있어요. 관객으로 영화를 보니 나미라는 인물은 여러 가지 인물과 상황을 만나는 과정에서 여러 변화를 겪어요. 거기서 여러 표정을 보여주는데 의식하지 않죠. 연기할 때 나미의 변화에 집중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있는 것에 집중해 연기했어요. 연기 속에서 변화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자연 속에서 제대로 자연에 스며드는 그런 생명체로서 있고 싶었어요."

이번 영화 속에서 안도 사쿠라는 한국어와 일본어,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는 '한국인과 사는 일본인 아내가 할 법한 수준의 한국어를 잘 해줬다'는 칭찬에 한국어로 "아싸!"라고 대답해 웃음을 줬다. 외국어 연기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언어를 못 하는 외국인 화자가 그 언어를 잘하는 설정으로 나와서 연기할 때 위화감을 느끼고 그 갭에 빠져서 드라마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절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한국어를 모르니까 밸런스 잡는 게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감독님이 한국어를 못 해도 괜찮다, 일본어든 영어든 원하는 것으로 하라고 해서 '오케이 그러면 해보자' 해서 했어요. 또 저는 보통 일본어 연기를 할 때도 대사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연기는 언어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죠."

'도라'에서 도라를 연기한 배우는 걸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김도연이다. "김도연이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한 도라와 같았느냐"는 질문에 안도 사쿠라는 또 한 번 한국어로 "맞아요"라고 답하며 크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줬다.

"이 사람이 도라를 하게 될 거예요, 하며 이미지를 받았을 때 머리가 길고 엄청 스타일리시하고 화려해서 '얘가 도라라고?' 하면서 좀 놀랐어요. 여러분도 보셨듯이 이렇게 도라가 완성됐어요. 김도연 씨가 도라가 될 거라 생각하신 감독님이 대단해요. 도라 안에는 큰 생명력이 있어요.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도라에게 희망을 느낀 것은 김도연이 연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안도 사쿠라 /ⓒSusyLagrange

'도라'는 안도 사쿠라의 처음 경험하는 한국 감독의 작품으로 한국, 프랑스, 룩셈부르크의 합작 작품이다. 무사히 외국 영화의 허들을 하나 넘긴 안도 사쿠라는 앞으로도 다른 나라 영화에 많이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 여러 나라 사람이 손을 모아 영화 만드는 자체가 저를 감동하게 했고 저의 향상심을 고조시키기 좋았어요. 영화가 전 세계에서 영화가 영화라는 단어 하나로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하죠."

한편 '도라'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 감독 주간 초청작으로 지난 17일 오후 6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18일 오전 1시) 칸 테아트르 크루아제트에서 진행된 상영회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앞서 정주리 감독은 장편 데뷔작 '도희야'(2014)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다음 소희'(2022)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바 있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