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가 된 소녀, '공존' 향한 진심…디즈니·픽사 '호퍼스' [시네마 프리뷰]
4일 개봉 영화 '호퍼스' 리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디즈니·픽사가 2026년 극장가에 내놓은 오리지널 IP '호퍼스'로 새로운 세계관을 펼친다. 인간의 의식을 동물 로봇에 옮기는 '호핑' 기술이라는 설정으로 인간과 자연, 동물의 '공존'을 향한 메시지로 나아간다.
4일 개봉하는 '호퍼스'는 숲속 공터를 지키려는 소녀 메이블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메이블은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 재선을 노리는 제리 시장의 고속도로 개발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이를 막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다.
이후 메이블은 학교 연구실에서 우연히 접한 첨단 기술 '호핑'을 통해 로봇 비버의 몸으로 의식을 옮긴다. 동물 세계 한가운데로 들어간 그는 연못의 지도자이자 포유류의 왕 조지를 만나고, 특별한 우정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제리 시장이 점차 터전을 파괴하자 메이블에 의해 동물 의회가 소집되고, 파충류와 조류, 어류 등 각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간 개발 계획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다. 곤충 여왕과 그의 아들 곤충 왕자는 자연을 파괴해 온 인간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며 "인간을 뭉개자"고 선동한다.
메이블은 자신의 선의가 뜻하지 않게 갈등의 불씨가 되자 자책한다. 흑화한 곤충 왕자가 인간을 향한 반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메이블은 조지와 함께 힘을 모아 더 큰 화를 막기 위해 나선다. 과연 메이블이 위기를 수습하고 조지와 친구들의 터전을 지켜낼 수 있을지 몰입도를 높이는 전개가 이어진다.
'호퍼스'는 인간을 최상위 포식자이자 대립의 대상으로 설정하며 먹이사슬의 냉혹함을 블랙코미디로도 비튼다. 조지가 왕인 동물 세계에서 지켜져 온 "먹어야 할 땐 먹는다"는 다소 냉소적인 '연못 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동물들로 하여금 자연의 순환에 순응하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인간은 그 균형을 지나치게 벗어난 대비를 보여준다. 관객 역시 비버가 된 메이블의 시선 너머로 욕망을 앞세워 생태계를 더욱 거침없이 훼손해 온 인간보다 동물들에 더 이입하게 된다. 디즈니·픽사판 '아바타'라고 불린 '호핑' 설정이 보여준 시선의 전환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다.
메이블 캐릭터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다. 그는 열정적이지만 미숙한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그의 지나친 진심이 때론 민폐처럼 비치기도 하지만, 영화는 시행착오 끝에 '함께'라는 해답으로 수렴한다. 이로 인한 결말은 비교적 정공법에 가깝다고도 여겨지지만, 가족 관객층을 고려하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 모두의 생존을 위해 힘을 모으는 장면은 뭉클한 감동으로도 다가온다. 무엇보다 메이블 내면을 강하게 지탱하는 할머니와의 추억은 관객의 동심도 자극한다. 그 추억의 힘이 한 사람을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드는지 영화는 보여준다.
비주얼은 관객 친화적이다.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비버들과 동물 캐릭터들은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동물의 모습과 동물들끼리 소통할 때 달라지는 눈빛의 대비도 색다른 재미를 만든다. 추격전과 카체이싱부터 메이블의 위기까지 어드벤처 시퀀스는 기대보다도 더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며 극의 리듬을 살린다. 비버가 된 메이블이 제리 시장과 소통을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아이디어 또한 웃음을 준다. 제리 시장 역시 일방적인 악역으로 소비되지 않고 변화를 겪는 허세 가득한 코믹 캐릭터로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준다.
'호퍼스'는 '루카'(2021) '엘리오'(2025) 등 최근 픽사 라인업에서 다뤄졌던 작품들과 결을 함께 한다. 픽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모두의 관심 밖 비주류들이지만, 새로운 세계관에서는 주인공이 되어 모험하고 성장하는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왔다. 이들이 관계의 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 역시 '호퍼스'에서도 펼쳐진다. 환경과 공존이라는 소재는 새롭지 않지만 픽사의 세계관 그리고 캐릭터들과 만나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낸다. 인간 메이블과 비버 조지의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따스한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는 잊지 못할 온기와 여운을 남긴다. 상영 시간 104분. 쿠키 영상 2개.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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