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밉지 않은 구교환 민폐 아닌 문가영의 멜로 [시네마 프리뷰]

31일 개봉 영화 '만약에 우리' 리뷰

'만약에 우리'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의 한국 리메이크 버전 영화다. 영화 추천 플랫폼인 왓챠피디아에서 평균 별점 3.9점(3.9만명 평가)을 받는 이 영화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국내 관객을 만났고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뛰어난 내용으로 호평받았다. 한국 리메이크 버전은 '82년생 김지영'으로 안정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김도영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구교환, 문가영이 두 주인공을 연기했다.

영화는 현재 시점, 호찌민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에 탄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가 이어진다. 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생 은호(구교환 분)와 정원(문가영 분)은 고속버스 좌석에 나란히 앉게 된 인연으로 친구가 된다.

'만약에 우리' 스틸 컷

보육원 출신인 정원은 건축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은호는 게임 개발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평범한 대학 생활을 이어나간다. 정원에게 첫눈에 반했던 은호는 정원을 따라 건축 동아리에 들어가고, 정원은 그런 은호의 마음도 모른 채 유명 대기업에 입사한 선배와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이 짐을 싸 들고 친구 은호의 집으로 쳐들어온다. 고시원 좁은 방에서 한 뼘 빛도 가질 수 없어 우울했던 정원에게, 커튼을 젖혀 빛을 비춰주며 은호가 말한다. "너 다 가져."

정원의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새해 첫날. 두 사람은 연인이 되고 그렇게 모든 것을 함께 하는 행복한 연애가 이어진다. 가난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 행복하기만 한 날들이다. 그러나 천진난만했던 두 청춘의 사랑에도 그림자가 닥친다. '현실적인 문제'라는 장애물이다. 꿈의 좌절을 경험한 두 사람은 흔들린다.

'만약에 우리' 포스터

'만약에 우리'는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진정으로 이별할 수 있게 된 두 남녀의 성장을 다룬 영화다. 이륙이 취소된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옛 연인은 과거를 함께 떠올리고, 또 현재를 받아들이며 진정한 이별에 이르게 된다. 멜로 영화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했는데 일견 '의외의 조합'인 구교환과 문가영은 각자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며 신선한 시너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영화 속에서는 20대 시절 연애의 반짝이는 순간을 부각하는 여러 설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흑백으로 처리된 현재 시점의 화면과 비가 오는 날씨, 2000년대 초중반, '싸이월드' 감성이 가득한 삽입곡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같은 노래들이 과거에 대한 아련함을 더하는 요소로 활용돼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은호와 정원의 사랑 이야기는 보편적이지만 상투적이지 않다. 연애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세밀하게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통속적인 멜로에서라면 위기 상황 속 남자 주인공은 밉상이, 여자주인공은 민폐가 되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우리'에서는 두 사람이 보여주는 감정이나 행동에 도식적인 느낌이 적고, 그래서 한 쪽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이는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 은호의 대책 없는 다정함과 정원의 서툰 헌신은 구교환, 문가영 두 배우를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돼 현실적인 로맨스를 완성했다. 상영 시간은 113분. 오는 31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