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분의 과분한 스펙터클 '아바타3'…극장의 존재 이유 [시네마 프리뷰]
17일 전세계 최초 국내 개봉 영화 '아바타: 불과 재' 리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바타' 시리즈는 경이로운 흥행 기록과 기술적 성취로 영화 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왔다. 국내 누적관객수 1333만 명과 1080만 명이라는 대기록을 남긴 '아바타'(2009)와 '아바타: 물의 길'(2002)에 이은 3번째 시리즈인 '아바타: 불과 재'(감독 제임스 캐머런)는 기술의 진보와 세계관의 확장을 넘어 극장의 존재 이유를 다시 증명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환상적인 스펙터클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과 테마를 본격적으로 재정렬하는 분기점이 된다.
17일 전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하는 '아바타3'의 서사는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 가족의 깊은 상실에서 출발한다. 장남 네테이얌의 죽음 이후, 그와 그의 가족은 깊은 절망을 느낀다. 이들 가족은 더 이상 이상적인 공동체가 아니다. 설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더욱 통제적인 아버지가 되고, 아내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는 헤어나오기 힘든 슬픔에 잠식된다.
영웅 서사가 아닌 상실 이후의 시간, 그 여파를 온전히 끌어안으며 영화는 이전보다 한층 더 인간적인 공감대의 시각으로 판도라를 바라본다. 특히 둘째 아들 로아크(브리트 달튼 분)는 형을 잃게 된 상처와 죄책감을 동시에 짊어진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스파이더(잭 챔피언 분)를 구하러 나섰던 선택이 결국 형을 잃는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자각은 그의 성장을 더욱 단단하게 한다.
이번 편의 핵심에는 스파이더가 있다. 인간이지만 나비족 사이에서 자라온 그는 산소마스크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다. 설리는 스파이더를 떠나보내려 하지만, 그 선택은 오히려 더 큰 균열을 만든다. 이후 키리(시고니 위버 분)의 능력 덕분에 산소마스크 없이 숨을 쉬게 된 스파이더의 놀라운 변화는 인간 욕망을 또다시 건드리고, 판도라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능성 그 자체가 된다. 이는 동시에 종의 미래를 흔드는 딜레마로 기능한다.
여기에 시리즈 최초로 등장하는 재의 부족, 망콴족이 위기의 결을 바꾼다. 앞서 물의 부족이 조화와 공존의 상징을 보여줬다면, 재의 부족은 파괴와 원초적 공포를 불러온다. 족장 바랑이 이끄는 이들은 불화살과 공중전을 앞세우며 판도라를 잿빛으로 뒤덮는다. 인간에 더해 또 다른 적이 등장하면서 나비족은 한층 더 궁지로 몰린다.
설리 가족은 결국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고, 이로 인해 전투의 스케일 역시 한층 확장된다. 흩어졌다가 재회한 가족이 각성하고 스파이더에 대한 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결단을 요구하지만, 이들은 피할 수 없는 전투를 다짐하며 정면 승부를 택한다. 설리는 '토루크 막토'로서 토루크를 소환하고, 그간 학살의 대상이기만 했던 툴쿤 역시 전쟁에 합류한다. 이번 전투는 생존을 넘어 모두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된다.
이 모든 이야기는 극장 관람을 전제로 완성된다. '아바타3'는 스크린이 아니면 그 진가를 온전히 체감하기 어려운 영화다. 관람 환경에 따라 체험의 깊이가 달라진다. 2편의 푸르고 청량했던 바다 대신, 불길과 재로 물든 판도라의 모습은 의도적으로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총 3382개의 시각효과 샷과 웨타 FX의 기술력은 판도라의 생명체와 생태계, 전장 등 볼거리를 한층 정교하게 구현해 낸다. 무엇보다 '거장' 제임스 캐머런이 자연을 어떻게 감정의 언어로 시각화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영화의 진짜 힘은 기술 위에 얹힌 감정이다. 3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동안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가족과 혈연, 선택된 관계의 의미를 집요하게 묻는다. 로아크가 책임 속에서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고, 키리와 스파이더가 서사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지점은 어쩌면 '아바타'가 다음 세대를 향한 이야기로도 확장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동시에 인간의 반복되는 파괴와 이에 맞서는 자연의 숭고함이라는 메시지도 더욱 선명해진다.
'아바타3'는 대중적 블록버스터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자연을 줄곧 파괴해 온 인간의 역사, 기술의 오만을 비판하면서도 그럼에도 불변하는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를 담아낸다. 나아가 영화는 극장이 왜 여전히 필요한 공간인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증명하는, 과분할 만큼 밀도 높은 시네마적 경험이다. 16년째 전 세계 흥행 1위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대작으로 기대를 이번에도 배신하지 않는, 여전히 동시대 블록버스터의 기준점이 된다. 상영 시간 197분(3시간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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