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책]'함정' 늦여름 불현듯 찾아온 자비없는 잔혹 스릴러

영화 '함정' 리뷰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영화 '함정'(감독 권형진)은 권준식(조한선 분)과 이소연(김민경 분) 부부의 갈등으로 시작된다. 이들 부부는 결혼한지 5년이나 지났으나 아이가 없어 심적 갈등을 겪고 있던 차에 관계 회복을 위해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우연히 찾아간 식당에서 미스터리한 식당 주인 박성철(마동석 분)과 묘령의 여인 김민희(지안 분)를 만나게 되고 점차 기이하고도 섬뜩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함정'이 구현한 스릴러 장르는 시작부터 관객들을 옭아맨다. 권준식과 이소연 간의 팽팽한 긴장감에서 비롯된 공기가 관객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자극한다. 무심하게 신경질적인 감정을 툭툭 내뱉는 권준식과 이를 불쾌해하면서도 참고 견뎌내는 듯한 이소연의 갈등이 밀도 있게 묘사되면서 일찌감치 감상의 몰입도를 높인다. 두 역할을 연기한 조한선과 김민경의 안정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력도 한 몫했다.

영화 '함정'이 오는 9월10일 개봉된다. ⓒ News1 스포츠 / 영화 '함정' 포스터

인물에 대한 관객들의 '무지의 상태'는 '함정'이 만드는 스릴러에 빠지게 만드는 요소다. 두 부부가 갈등하는 이유,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박성철과 박성철의 위압적인 언어 및 신체 폭력을 참아내는 김민희, 저마다 사연이 있는 듯하지만 이에 대한 부연 설명 없이 펼쳐지는 극 초반의 장면들이 영화의 미스터리한 정서를 극대화한다. 제한된 공간 속 예상 가능한 몇몇 지점들을 상쇄할 수 있는 전개 방식이었다.

영화 속 잔인한 몇몇 이미지들은 매우 직접적이지만 새삼스레 공포심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로 활용된다. 박성철이 보여주는 닭 손질 과정이나 그가 대접한 지네주, 김민희가 만지는 동물 눈알과 내장 등 시종일관 관객들을 경악케 하는 이미지가 나열되고 심장은 더욱 쫄깃해진다. 사실감 넘치는 이미지 덕에 다음 장면을 마주해야 하는 관객들의 긴장감은 더욱 배가 된다.

무엇보다 '함정'의 긴장감을 이끄는 일등공신은 단연 배우들이다. 스릴러 장르의 미덕을 살리는 장치가 곳곳에 포진돼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점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마동석의 친근하고 코믹한 '마블리', '마요미' 이미지는 달리 활용됐다. 특히나 권준식의 경계의 빗장을 풀게 만드는 인상이 후반부 섬뜩하게 반전되는 지점에서 그의 강렬한 연기 변신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박성철의 미스터리함과 자비없는 잔혹함을 넘나드는 캐릭터에 따른 권준식과 김민희의 심리 묘사를 연기한 조한선과 김민경의 연기도 돋보였다. 이들의 현실적인 일상 연기가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키우는 힘을 발휘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미스터리한 여인 김민희 역의 지안 역시 극 중 베드신 보다 인상 깊은 눈빛 연기를 보여준다. 세 배우가 '함정'을 통해 진가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함정'은 늦여름의 더위가 채 가시지 않는 9월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을 위한 최적의 스릴러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액션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 속 스릴러 영화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함정'이 장르 연출에서 비교적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만큼, 스릴러 장르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관객들에게 비교적 만족도가 높은 작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오는 9월10일 개봉.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