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그가 '감사의 아이콘'이 된 이유(인터뷰①)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배우 김우빈에게 2014년 연말 계획을 물었다. 그는 영화 '기술자들'(감독 김홍선)의 개봉 이후 연말까지 빼곡히 찬 무대 인사 일정을 언급하면서 "이번엔 홍보도 정말 열심히 할 겁니다. 홍보차 출연했던 '런닝맨'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영화 촬영하면서 다친 인대가 아직 아픈데도 꾹 참고 철봉에 매달렸어요"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연말인데도 일만 하는 것이냐고 되물으니 "사실 생일 때도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생일 파티를 해본 적도 없고요. 일을 시작하고는 어머니 생신도 잘 못 챙기고 명절에도 고향 전주에 가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김우빈은 '기술자들'에 상당히 많은 애착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술자들'이 그의 데뷔 이후 첫 원톱 주연작인 데다 겨울 성수기 극장가의 대작들과 치열한 경쟁을 겨뤄야 하는 텐트폴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단독 주연 영화에 과감히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들의 판단이 과연 옳았을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300만 관객을 동원한 전작 '친구2' 때의 극장가의 표심도 여전히 유효하는지 알아보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인터뷰 당시 이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던 그였지만, '기술자들'은 '국제시장'과 2014년 연말 극장가를 주도한 쌍끌이 흥행작이 됐고, 200만 관객 동원 기록을 향해 순항 중이다.
김우빈은 '기술자들'에서 무엇이든 척척 열어내는 업계의 마스터키 지혁 역을 맡았다. 지혁은 인력조달자 구인(고창석 분)과 천재 해커 종배(이현우 분)와 인천 세관에 숨겨진 1500억 원을 털기 위한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되는 인물인데, 관객들이 기대하는 김우빈의 캐릭터가 모두 집약돼 있다. 이성적이면서 적당히 여유롭고 능글맞은 성향에 날렵한 액션을 위한 신체 조건을 갖췄다. 김홍선 감독이 애초에 김우빈 캐스팅만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할 만큼, '기술자들'은 김우빈의 독무대만을 위한 작품이기도 하다.
김우빈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팬들이라면 이미 눈치 챘겠지만, 그는 '감사의 아이콘'이다. 그가 '감사 노트'를 쓴다는 것은 최근 들어 널리 알려졌다. 인터뷰 당시에도 그는 답변의 끝마다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기술자들'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된 것도, 평소 존경하던 선배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것도, 이 작품을 통해 극장가의 대작들과 겨뤄보는 기회를 갖게 된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2014년은 일 욕심을 채워주기도 한 한 해였다고도 말했다. 너무나 원했던 일을 많이 안겨줬던 해였다면서 "그렇게 원했으면서 힘들다고 불평하면 앞뒤가 안 맞지 않나요. 그래서 더욱 감사하려고 합니다"고 덧붙였다. 가깝게는 올해 상반기 개봉을 앞둔 그의 세 번째 영화 '스물' 이후, 새로운 감사 메시지로 노트를 채워갈 그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Q. '화이트 크리스마스', '뱀파이어 아이돌', '신사의 품격', '아름다운 그대에게', '학교 2013', '상속자들' 등 총 6편 이상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친구2'에 이어 이번 영화 '기술자들'까지 2편의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다. 김우빈은 스스로를 신인이라고 보는 입장인가.
A. 그렇다. 신인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 안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내공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너무나 많은 기대와 응원을 보내주시니까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하려 한다. 최선을 다 하기도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최소한 나를 믿어주시고 맡겨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Q. '기술자들'은 김우빈이 원톱으로 이끌어가는 영화다. '원톱'이라는 자리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A. 부담감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지혁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도 중요했지만, 영화를 끌고 가야한다는 부담감도 있더라. 하지만 감독님의 디렉션과 선배님들의 조언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Q. 그런 부담감에도 '기술자들'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평소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도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A. 시나리오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내가 재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재미 있어야 관객분들도 재미 있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본다. 여기에 내가 동의한다면, 출연할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기술자들'은 첫번째 기준에 부합해서 선택한 작품이다.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오락 영화이고 밝은 느낌의 영화이기 때문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Q. 김홍선 감독은 '기술자들' 시나리오를 김우빈 만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더라. 김우빈의 어떤 매력을 보고 김홍선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나.
A. 감독님이 그 부분에 대해선 자세히 말씀해주시지 않으셨다. (웃음) 감독님께서 내가 원래 갖고 있는 모습들을 세심하게 관찰해주셨던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까지 다 보셨다고 하시더라. 거기서 묻어나는 내 본연의 모습을 보셨고, 장난스러우면서도 능청스러운 모습들을 봐주신 것 같다. 나 역시도 감독님의 이야기를 참고해서 연기하기도 했다.
Q. 케이퍼 무비에 특화된 본인만의 캐릭터 해석이 있었나.
A. 작품을 선택하고 케이퍼 무비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 인물의 성향도, 환경도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만의 지혁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지혁의 목표는 금고를 여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 있어서 여타 케이퍼 무비와 비슷하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로서는 지혁만의 상황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실제 촬영에서 금고를 돌릴 때 소리가 헛도는 느낌이 있다. 금고를 여는 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들을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내 마음이 듣는 소리에 멈추려 했다. 선배님들께서 오랜 시간 기다려주시고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Q. 선배들의 조언이 많이 힘이 됐던 모양이다.
A. 김영철 선생님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연기를 하셨던 분이다. 그런데도 먼저 다가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혹시라도 편안해 보이지 않으면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해주시기도 하셨다. 고창석 선배님과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 정말 많이 가까워졌다. 김영철 선배님, 고창석 선배님과 같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은데 이런 기회가 정말 감사하다고 여겨졌다.
Q. 조윤희와의 러브라인이 '암시'로 그쳤다. 여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A. 지혁이 행동하는 동기가 오원장(신구 분) 때문이라서 지혁이 바라보는 은하(조윤희 분)는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지혁이 고아라는 설정이 있고, 오원장은 아버지처럼 설정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은하는 여자이기 이전에 가족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 이전에 은하와도 특별한 관계까지는 아니고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정도였으니까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결말이 결정이 나는 것보다 열린 결말이 좋았던 것 같다.
Q. 조윤희와 아부다비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지 않나. 해외 촬영은 어땠나.
A. 사실 휴가가는 줄 알았다. (웃음) 촬영이 예정된 그 시기에 종교적 문제 때문에 외국인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촬영을 예정보다 빨리 진행하게 됐다. 스태프들은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촬영에 돌입했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 일을 하시더라. 나는 그나마 촬영분이 적은데 (조)윤희 누나는 가장 더운 날 엄청 고생했다.
Q. '기술자들'에서도 김우빈 특유의 맛깔나는 억양이 돋보이더라. 본인만의 억양을 구사하는 이유가 있을까.
A. 처음 연기를 배울 때 선생님께서 배우는 말을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한다고 하시더라. 같은 글자로도 여러가지 느낌을 표현하고, 여러 의미를 담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다양한 버전으로 대사를 생각해 놓고 간다. 하지만 감독님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대사의 의도와 너무 벗어날 수도 있고 상대 배우와 주고 받는 부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열어 둔 상태에서 고민하고 촬영한다. 같은 글자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말하고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재미 있다.
Q. 액션 연기도 녹록지 않았던 부분이었을 것 같다.
A. 무술감독님이 내가 조금 더 편안하고 쉽게 액션을 선보일 수 있는 동선들을 미리 짜주셔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와이어 액션과 자동차 액션도 그렇고 욕심이 많이 났다. 무술 팀 형들도 잘 받아주시니까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카체이싱 장면들도 상당히 촬영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하나가 돼서 뭉쳐서 하니까 좋은 장면들이 빠른 시간 내에 나오더라. 큰 사고 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
Q. '친구2'는 선 굵은 작품이었다. '친구2'에 비하면 '기술자들'은 상당히 힘이 많이 빠진 작품이기도 한데 이외 멜로나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도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 많은 여성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A. 나도 남자니까 당연히 멜로 장르도 하고 싶다. (웃음) 나 역시 로코(로맨스 코미디)를 너무 좋아한다. 꽤 즐겨보는 편이기도 하다. 사실 많은 분들이 왜 남자와만 연기하냐고, 왜 멜로는 안 하냐고 물어보시는데 기회가 사실 없었다. 여태까지는 작품을 선택을 받는 입장이었고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폭이 넓지 않았다. 너무 감사하게도 지금은 그 기회가 오고 있는 것 같다. 내게 잘 맞는 멜로 장르의 작품이 있다면 얼마든지 출연하고 싶다. 상대 배우?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웃음)
Q. 그렇다면 김우빈에게 남성성이 강한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다는 이야기인가.
A. 아무래도 내 이미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신인들은 경험이 부족하니까 이미지를 너 많이 보시는 편인 것 같다. 사실 그런데 그런 강한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랑 받은 작품들과 역할들이 다 강한 역할이어서 그것만 기억해주시는 것도 같다. (웃음) 바보 같은 연기도, 순박한 연기도 했었는데. 참, 시트콤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웃음)
Q. 2013년을 기점으로 2014년은 김우빈에겐 최고의 한 해이기도 하다. 출연한 작품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인기상도 받는 영광까지 누렸는데 연기상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A. 인기상은 팬분들이 주시는 상이 아닌가.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있어야 나 역시 존재할 수 있다. 팬분들이 내게 직접 주시는 상이가 때문에 더 값진 것 같고 감사하다.
Q. 한 작품 씩 거듭하면서 어떤 배우가 돼야 할 지 고민도 커질 것 같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A. 나중에 나를 되돌아 볼 시기가 됐을 때 어떤 사람이 돼 있을까 늘 생각한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로 불리고 싶다. 좋은 사람과 좋은 배우라는 기준 명확하진 않지만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100개 정도를 찾으면 더 좋은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몇달 간 '스물'을 촬영하면서 극 전체를 볼 줄 아는 법을 배웠다.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인 것 같다.
Q. '상속자들' 종영 이후 두 편의 영화에 연달아 출연했다. 드라마보다 영화에 더 비중을 두는 배우로서의 행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걸까.
A. 드라마와 방송 모두 장단점이 있다. 영화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고 한 장면 한 장면 힘을 줘서 깊이 있는 연기를 시도할 수 있다. 수정이 불가능하고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있다. 드라마는 수정이 바로 가능하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바로 온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니까 거기서 오는 즐거움도 크다.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진 않고 나름의 최선을 다 하고 싶다. 작품을 한 다는 건 운명이다. 운명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니까 운명처럼 그 당시에 다가오는 작품이 있다면 거기에 최선을 다 하고 싶다.
Q. 김우빈의 2015년 계획도 알려달라.
A. 사실 연기자 데뷔 후에도 쇼를 한 해 동안 적어도 한 번은 섰던 것 같은데 이번 해에는 모델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 차마 회사에 '쇼하러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을 못 하겠더라.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 모델일은 내게 초심으로 돌아가게끔 해주는 일이다. 처음 모델 일을 할 때 도움 받은 디자이너 선생님들께도 최대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현재 차승원 선배님이 쇼를 계속 하시는 것처럼 나도 관리를 잘 해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2015년 3월과 10월 시즌에 서울패션위크에 꼭 참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회사에 차마 얘기 못할 상황이 없길 바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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