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책] ‘봄’, 가을 끝자락에 찾아온 따뜻한 영화
- 윤한슬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윤한슬 기자 = 이토록 아름다운 노출이 또 있을까.
영화 ‘봄’(감독 조근현)은 파격적인 노출신이 등장하면서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참 아이러니하다. 전라 노출이 있지만 야하다는 생각보다는 아름답게만 그려진다. 이것이 ‘봄’의 매력이 아닐까.
‘봄’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경상북도 포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온 유명 조각가 준구(박용우 분)와 그의 아내 정숙(김서형 분)은 모든 주민들의 부러움을 받을 만큼 부유한 집안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큰 역경이 있었다. 준구가 몸이 점차 마비되는 병을 얻어 조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절망과 마주한 준구를 바라보는 정숙은 그의 열정을 다시 찾아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러다 우연히 아기 엄마 민경(이유영 분)을 발견했고 그에게 조각상의 모델이 돼달라는 부탁을 했다. 처음 민경은 누드모델이라는 사실에 난색을 표했지만 많은 금액의 모델료로 결국 제안을 수락한다.
영화는 조각가 준구와 누드모델 민경의 작업을 위주로 전개된다. 두 사람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작업실에서 은밀하게 일을 시작한다. 밥을 갖다 주는 도우미 외에는 그 누구도 작업실을 찾지 않는다. 오로지 작업실은 준구와 민경의 공간일 뿐이다. 이쯤 되면 누구나 두 사람의 치정 멜로를 생각해볼 법하다. 그러나 노출이 등장한다고 해서 일반적인 ‘19금’ 영화를 떠올리면 안 된다. ‘봄’은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임에도 전혀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 만약 ‘봄’에 치정이나 질투가 가미됐다면 영화는 아름답게 마무리되지 못했을 것이다.
민경 역을 연기한 이유영은 노출 연기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눈이 멀어서 노출에 대해 생각을 못했었다. 어떤 식의 노출이어도 아름답게 보일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데뷔작에서부터 부담 없이 옷을 벗었다. 영화를 보면 그의 선택이 이해가 갈 법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극 중 전라 노출은 여유로운 마을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영상미를 구현하는 데 한몫했기 때문이다.
‘봄’은 하나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뛰어난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를 인정받아 애리조나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댈러스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최우수 촬영상, 마드리드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최우수 여우주연상(김서형) 등을 석권했다.
또 지난 5월 밀라노 국제영화제 당시 10개 부문 중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등 8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되면서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했고 여우주연상과 촬영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달 초 미국 LA에서 열린 밀라노 국제영화제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봄’은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봄’이 상업성까지 함께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아름다운 배경과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관객들에게 큰 감동과 강한 여운을 남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가을 끝자락에 찾아온 따스한 감성을 다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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