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2' 곽도원 "장동식, 죽음 외엔 방법 없는 악인"(인터뷰)
- 이경남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이경남 기자 = 곽도원은 자타공인 악역 전문 배우다. '범죄와의 전쟁' 악질 검사 조범석 역을 시작으로 '회사원'에서 살인청부업체 이사 권종태 역을, '변호인'에서는 고문경찰 차동영 경감 역을 맡아 악독한 연기를 펼쳤다.
그런 그가 전작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착한남자로 변신하며 악역 이미지를 벗나 싶더니 이번에는 급이 다른 극악무도한 악인으로 돌아왔다.
곽도원은 지난 3일 개봉된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포커페이스 사채업자 장동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아귀(김윤석 분)가 불같은 악당이라면 반대로 장동식은 얼음 같은 악당이다. 같은 악역이지만, 매 작품에서 새로운 악역을 만들어내는 비결이 궁금했다. '타짜2' 개봉을 앞둔 8월 말,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장동식 캐릭터는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던 단계부터 곽도원씨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자신을 바탕으로 재탄생된 캐릭터를 받았을 때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A: "저를 염두에 둔 캐릭터라고 해도 원작 장동식을 벗어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편에 나온 악인 아귀를 다 아는데 어떻게 다른 악인을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장동식은 여자한테도 관심이 없다. 의상도 점퍼 외에는 고급스러운 것을 입지 않는다. 원하는 것은 오로지 돈이다. 이 나쁜 놈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하다가 어린이 대공원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람이 새끼 원숭이한테 음식을 던져줬는데 한 덩치 큰 원숭이가 그걸 빼앗아서 나무 위로 올라가더니 그걸 먹으면서 무표정으로 오줌을 싸더라. '진짜 차갑구나. 뭘해도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놈이구나' 느꼈다. 장동식이 저런 인물 같았다."
Q: 얼음처럼 차가운 장동식이 악착같이 돈만 모으다 결국 다 잃고 싸늘한 최후를 맞았다. 결말에 대해 만족하는가.
A: "죽어야 된다고 봐. 죽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악인이지. 순전히 자기 이익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어? 연민의 여지가 없는 나쁜놈이지."
Q: 배역에 몰입하는 능력부터 애드리브까지 뛰어난 배우로 유명하다. 이번 '타짜2'에서는 어떤 장면을 만들어냈는지 궁금하다.
A: "'타짜2'는 애드리브가 필요없는 작품이었다. 조사 하나 바꿀 이유가 없었다. 지금껏 출연했던 모든 영화에 애드리브가 들어갔는데 이번엔 99.9% 시나리오 그대로 갔다. 감독이 내 속을 들어갔다 온 것마냥, 어떻게 바꿀 말도 없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말이 정말 사실적이고 단 하나의 문어체도 없었다. 감독하고 맞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완벽했다."
Q: 말 한마디마다 강형철 감독에 대한 신뢰가 묻어난다. 감독과의 호흡이 어땠나.
A: "감독이 그야말로 천사 같은 선비였다. '과속스캔들', '써니'를 봐라. 어린 배우들이 영혼을 불사르듯이 카메라 앞에서 논다.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감독이 기를 뿜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써니' 시사회를 갔는데 배우들이 대기실에서 동창회 하듯 놀더라. 감독이 진심으로 편하게 해줬고, 배우들은 감독 앞에서 티끌 없이 대하는 걸 느꼈다. '역시 강형철이다' 싶더라."
Q: 출연 배우마다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연기 호흡을 좋았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최승현이 정말 잘하더라. 죽기 살기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본인이 알더라. 사람이 사람한테 감동받는 건 잘해서가 아니다. 힘든 게 뻔한데 힘든 내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다. 현장은 연기 배우는 자리가 아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삶의 철학을 관객을 위해서 펼쳐야 하는 자리다. 최승현은 그걸 알더라.주눅들지도 않고, 웃으면서 촬영하는데 그게 아름답고 예뻐 보였다."
"암~ 긍께, 어쩌것어? 그래야 하지 않것어?" 곽도원은 인터뷰 내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 고향이 전라도냐고 묻자 그는 "아닌디 서울이여, 요즘 고성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평소에도 쓰는거여"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곽도원은 오랜 시간 배고픈 연극배우 시절을 거쳐왔다. 긴 시간 오디션을 보며 연기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은 물론, 자신의 영화를 보러 와주는 관객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다. 관객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는 순간, 장동식은 1%도 남아있지 않았다. 살기 어린 눈빛은 사라지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배우에게 있어서 관객들은 감사한 분들이다. 나는 관객이 좀 더 행복하고 재밌었으면 좋겠다. 보통은 무대 인사를 멋있게만 하고 들어간다. '그게 관객들을 위한 걸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기왕 인사를 하는 거면 관객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 '변호인' 시사회 무대 인사 때도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영화 '곡성' 촬영 때문에 무대 인사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또 관객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lee1220@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