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강동원 “게임도 연기도, 뭐든 끝장을 봐야 하죠”(인터뷰)
- 장아름 인턴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인턴기자 = “위닝에선 저를 이길 상대가 거의 없었죠.”
배우 강동원은 이 말을 전하고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한때 위닝계를 평정했다는 여느 숨겨진 고수의 말처럼 들렸다. 그런데도 게임을 더 이상하지 않게 된 이유는 워낙 많이 해서 지겨워졌기 때문이란다. 정말로 한때 위닝에 푹 빠져 있었던 모양새다. 극 중 대수(강동원 분)가 아들 아름(조성목 분)이의 게임기 선물을 보고 눈빛을 리얼하게 반짝일 수 있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을 것이라 짐작이 됐다. 승부욕도 보통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의 대수는 게임과 걸그룹에 열광하는 인물이다. 이팔청춘 열일곱의 나이에 미라(송혜교 분)와의 사이에서 아름이를 낳았다. 선천성 조로증이 걸린 아들을 세상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다. “네가 내 아들이라서 행복하다”고 애틋한 부성애를 드러내지만 아들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내고, 검사를 앞두고 금식 중인 아들 앞에서 눈치 없이 치킨을 먹는 철없는 아빠다.
“대수와 저는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아요. 덜렁대는 면도 그렇고, 철이 없는 면도 정말 비슷해요. (웃음) 실제로도 저와 친하신 분들도 대수와 비슷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이제껏 맡은 캐릭터들 중에선 저와 가장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현실적인 캐릭터를 하니까 편하더라고요. 앵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편했고요. 다만 아들로서만 33년을 살았으니, 부모의 마음이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니까 감정을 끌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강동원은 솔직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접했느냐는 질문에 “원작이 있는지도 몰랐다. 원래 소설보다 만화책을 좋아한다”고 멋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사실 작가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신 시나리오에는 이미 캐릭터의 충분한 해석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감독이 연출하고자하는 색깔이 시나리오에 이미 많이 묻어나 있었기 때문에 정보를 더 필요로 하진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어요. 좋은 요소가 많은 작품이거든요. 신파가 아니라는 점, 인물들의 과거 모습이 사랑스럽다는 점, 약간의 가미된 판타지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작품이니까요. 감독님도 이전에 몇 번 뵌 적이 있어서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요. 감독님 전작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정사’를 워낙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망설이지 않고 단번에 결정할 수 있었죠.”
강동원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개봉된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에서는 악역 조윤을, ‘초능력자’에서는 초능력을 쓰는 초인을, ‘의형제’에서는 간첩 송지원을 각각 연기했다. ‘전우치’에서는 천관대사(백윤식 분)의 제자 전우치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사형수 정윤수를 각각 연기하며 관객들과 만났고 ‘형사 : Duelist’에선 자객 슬픈 눈 역을 맡았다. ‘늑대의 유혹’에선 성권고의 싸움 짱 정태성 역으로 여심을 훔쳤고,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선 고추를 입에 잔뜩 넣고 눈물을 펑펑 흘리는 최희철로 코믹 연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역시 겹치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캐릭터가 전부 다른 이유요? 어차피 전작에서 초능력자를 연기했다고 해서 초능력과 관련한 시나리오가 잘 들어오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웃음) 그저 최대한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었던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걸 토대로 캐릭터를 해석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그간 해왔던 연기에서 얻어지는 것일 수도 있고, 관계에서 얻어지는 영감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무엇보다 시나리오 자체에 충실한 캐릭터를 완성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는 상업영화 뿐만 아니라 다수의 단편영화에도 활발하게 출연했다. 김지운 감독의 단편 ‘더 엑스’를 비롯해, 장준환 감독이 태국의 위시트 사사나티엥, 일본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과 함께 부산에서 찍은 옴니버스 영화 ‘카멜리아’의 ‘러브 포 세일’ 편에 출연했다. 그는 ‘러브 포 세일’에서 송혜교와 처음 만났고, 그 인연을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도 이어갔다. 그는 당찬 아내 미라와 훈훈하고도 유쾌한 호흡을 자랑한다. 대한민국 대표 공공재로 여겨지는 남녀배우의 만남은 세간의 관심사였다.
“제가 같은 배우와 작품을 두 번한 것은 송혜교 씨가 처음이에요. 다른 선배들과 여러 작품에서 다시 만난 적은 있지만, 상대역으로는 다시 만난 것은 혜교 씨가 처음이죠. 처음 호흡을 맞출 때는 서먹서먹했는데 워낙 송혜교 씨 지인 분들과 제 주위 분들이 서로 친하시다보니 금방 친해지게 됐어요. 감독님도 계속 친해지라고 주입을 해주셨고요. (웃음) 연기에 대해서 웃기면 웃기다, 혹은 좋으면 좋았다고 서로 조언도 해주고 그랬네요.”
16세 소년이지만 80세의 신체를 가진 아름이는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청춘이면 된다’는 이상을 전복시킨다. 쭈글쭈글해진 겉모습 탓에 자신감도 잃었고, 꿈을 마음속에만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 꿈을 아무도 모르게 꽁꽁 감춘 것은 대수와 미라도 마찬가지. 가정을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하는 것이 너무나 많았던 대수와 미라에게도 청춘을 누리는 것은 사치였다. 그들의 그 치열한 청춘에 강동원은 얾마나 공감했을까.
“20대엔 별 꿈이 없었어요. 국내 대학생들이 흔히 겪는 고질병처럼 학교 들어가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진로에 대해 혼란을 겪듯 저 역시도 그랬었죠. 사실 뭘 해야 할지 고민도 해보기 전에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모델)일을 시작했어요. 20대를 워낙 바쁘게 지나와서 그런지 이젠 연기를 놓고 있는 게 더 힘들어요. 언젠가 유해진 선배와 모닥불을 피워놓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여행을 많이 다녔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생각해보니까 없는 거예요. 갑자기 되게 슬퍼졌어요. 여자 친구라도 많이 만나볼걸. (웃음) 농담이에요.”
그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긴 했지만, 제작보고회 당시부터 20대로 돌아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 30대가 되면서 조금이나마 편해졌는데 굳이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대엔 일을 시작한 상황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만이 컸다는 것. 지난 11년 간 열여덟 작품을 소화했다며 또래 중에 자신보다 작품을 많이 한 배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무엇보다 배역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어졌고, 연기에 대해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군대 갔었던 3년과 영화 ‘전우치’ 크랭크인을 기다렸던 기간 1년을 제외하고 작품을 계속해왔어요. 중간에 다른 걸 할 수도 없고 해서 목공을 배우러 다녔죠. 집에 거울이 필요해서 구입을 하려고 봤는데 너무 비싸더라고요. 가구가 그렇게 비싼 줄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런데 목공을 하는 곳을 알아보니까 연 회비를 내야한다는 거예요. 일단은 몇 개를 만들어야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열심히 만들었죠. 거의 준 목수 수준이었어요. (웃음)”
강동원은 뭐든지 대충하는 법을 모른단다. “뭐든지 잘 하고 싶고, 뭐든지 하면 끝장을 봐야한다”는 그의 남다른 승부욕 때문이다. ‘군도 : 민란의 시대’ 흥행에 대한 압박감에서 비롯됐다는 우울증의 원인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됐다. 그는 ‘두근두근 내 인생’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신파에 매몰되지 않고 아름이와의 유쾌하고 알콩달콩한 부자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혹시나 강동원의 가슴 두근한 순간이 ‘두근두근 내 인생’의 개봉을 앞두고 다시 찾아온 것이 아닐까 물어보니, “이번 영화는 일단 관객을 배신하는 영화는 아니다. ‘기대와 다르다’고 말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니까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홀가분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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