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상사' 김민하 "무진성에 주먹 날리는 신, 속이 시원"[N인터뷰]②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극본 장현/연출 이나정 김동휘)는 1997년 IMF 당시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이준호 분)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중장년층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대극이자 청춘들을 응원하는 성장기로, 재미가 입소문을 타며 시청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배우 김민하는 극에서 주인공 오미선을 연기했다. 오미선은 태풍상사의 경리로 입사해 점차 '상사우먼'으로 성장하는 인물. 조용하지만 잠재력을 갖고 있던 오미선이 강태풍을 만난 뒤 점점 변화하고 능력을 발휘해 발전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대리만족을 줬다. 특히 김민하는 오미선이라는 인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호응을 얻었다.

또한 김민하는 극 중 오미선의 스타일링을 통해 1990년대 향수를 자극했다. 컬러풀한 니트, 체크무늬 스커트, 도트 무늬가 포인트인 빨간색 셔츠 등 당시 유행했던 아이템은 미선의 캐릭터를 더 잘 살려내는 것은 물론 작품의 완성도까지 높였다. 이에 대해 김민하는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 팀과 논의해 미선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 보려 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1년 가까이 '태풍상사'에 애정을 쏟아온 김민하는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며 애정을 표했다. 드라마를 마친 김민하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N인터뷰】①에 이어>

-미선이는 첫 회에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이후 태풍상사의 직원으로 여러 사건에 부딪히며 크게 성장한다. 미선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연기하며 느낀 점도 많았을 텐데.

▶미선이는 '상사우먼'이 평생 꿈이고 일을 너무 잘하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 꿈을 이뤄내고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마음이 기특했다. (회사가) 무너질 때 너무 애달파하고, 잘 되면 기뻐하며 일희일비하는 순수한 모습이 20대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30대가 되고 아직 일희일비할 때가 있지만, 무덤덤해진 부분도 있어서 미선이의 모습을 보면 나의 20대가 그립기도 했다. 이후 극에서 미선이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도 높이고 하는 부분이 좋았다.

-본인의 20대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내 20대는 길고 긴 터널 같았다. '이렇게 힘든 게 언제 끝나지' 싶던 시기다. 배우라는 직업은 기다림이 막연하지 않나. 너무 간절한데 이뤄지지 않을 때 긴 터널에 있다고 느껴졌다. 부정하면 더 힘들어서 상황을 인정하고 버텼던 것 같다. 또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계절을 지켜봐 주었기에 넘어지고 일어나는 걸 반복하면서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태풍상사'에서도 그런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

-파트너 이준호와 호흡은 어땠나.

▶이준호 선배님과 함께하며 너무 좋고 편했다. 또 실질적으로 배운 게 많다. 나보다 훨씬 선배님이어서인지 듬직함을 느꼈고, 연기를 할 때도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하면서 다 받아주셔서 진짜 재밌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극 중 로맨스를 그릴 때도 흔한 '멜로 여주'가 아니라 재밌다는 반응도 있었다.

▶(로맨스를) 담백하게 그려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봤을 때 간질간질하고 예뻐야 하지 않나. 또 내가 워낙 아양 떨고 그런 걸 못 해서 그냥 최대한 담백하게 그려내자 했다. 억지로 뭔가 하지 않아도 20대 주인공 둘이 장난치고 알콩달콩한 게 예뻐 보였던 듯하다.

-태풍상사 직원들도 통통 튀었다. '케미'가 좋아 보였는데.

▶진짜 다들 너무 재밌고 서로 잘 지냈다. 특히 김재화 선배님이 정말 재밌으셔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왔다. 기운 자체가 웃음을 주는 분이 있지 않나. 재회 선배님이 그랬다. 태풍상사 식구들과는 너무 친해져서 촬영할 때도 수다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촬영하면 서로 '웃참'하고 그랬다.(웃음)

-고마진과의 에피소드가 오미선의 클라이맥스 아닌가. 본인을 인정해 주지 않는 상사에게 결국에는 인정받는 서사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 에피소드가 많이 와 닿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던 미선이 오기로 더 열심히 일하고 결국 인정받지 않나. 사실 연기를 할 땐 열도 받았다.(미소) 이창훈 선배님이 진짜 연기를 잘하시지 않나. 현장에서도 다들 '진짜 기분 안 좋으신 건가' 할 정도로 몰입하셔서 연기하시니 나도 더 이입해 열 받은 기억이 있다.(웃음)

-짧지만 태풍상사 사장 강진영이 나올 때 직원 오미선을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 배우는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했는지.

▶오미선은 강진영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사장님처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멘토 같은 느낌이다. 그런 미선의 마음을 아니까 강 사장님도 선생님 같은 마음으로 미선이를 예뻐하면서 서로 각별했을 거라 보고 연기했다. 존경하는 마음을 담았다.

-13회에서 오미선이 표현준의 악행을 알게 된 뒤 주먹을 날리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그 장면을 찍기 이틀 전부터 징징댔다. 때리는 걸 진짜 못하겠더라. 밀면 안 되냐고도 하고. 현준 배우와 사이가 좋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촬영할 땐 실제로 때리진 않았다. 각도를 잘 조절해서 날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찍으면서도 (속이) 시원하긴 하더라.(웃음) 미선이가 일을 하면 할수록 용맹해지고 나서서 돌발 행동을 하는데 그런 모습에 태풍이가 반했겠다 싶다.

<【N인터뷰】③에 계속>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