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안태진 감독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 17년 만의 데뷔작 얼떨떨"(종합) [N인터뷰]

안태진 감독/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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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얼떨떨해요. 캐스팅 단계부터 거의 쉼 없이 달려왔는데 매 순간 넘어갈 때마다 제가 맞닥뜨린 현실 같지도 않고 아직 그러네요."

안태진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 관련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왕의 남자' 조감독으로 활동한 후 무려 17년 만에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을 내놓는 소감을 밝혔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배우 유해진이 세자의 죽음 이후 광기에 휩싸이는 왕 인조를, 류준열이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 경수를 연기했다.

'올빼미'는 연출 제안을 받은 안태진 감독이 기존 시나리오에서 '주맹증 걸린 주인공이 무엇인가를 목격한다'는 한줄만 남기고 현규리 작가와 함께 새롭게 쓴 각본을 바탕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스릴러에서 중요한 건 쫄깃함인 것 같아요. 손에 땀을 쥐면서 보게 하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었죠. 어느 순간부터 (관객들로 하여금)스크린에서 눈을 못 떼게 하겠다. 목표는 그렇게 세웠어요. 일반 관객 평 중에 올라온 게 있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평이 있었어요. 극장에서 팝콘이 가득 차 있는 걸 찍어 올린 사진이었는데, 영화 시작 전이 아니라 끝나고 나서 찍은 거래요. 그런 평을 보는 게 기분이 가장 좋았어요."

'올빼미' 포스터
안태진 감독/NEW 제공

안태진 감독은 '올빼미'가 "현대적인 스릴러"인 점을 강조해왔다. '사극'이라는 점보다 '스릴러 장르물'이라는 점에 더 신경을 써 영화를 만들었다.

"현대적이지 않으면 관객들이 보지 않을 거 같더라고요. 현대적인 것이 과연 무엇이냐를 얘기하기는 힘들어요. 촬영과 조명에서도 조금씩 (기존 사극과 다르게)변화를 줬고, 시나리오 구조나 캐릭터 묘사의 부분에 신경썼어요. 기존의 사극 장면에서 많이 보였던 장면들은 다 생략하기도 했죠. 주맹증인 사람의 시선으로 궁을 개인적으로 비추려고 노력했고요. 기존 사극은 3인칭으로 여러 사람의 시선이 얽혀 이야기가 완성되는데, '올빼미'는 주로 경수의 시선으로 가고, 거기에 인조의 시선이 약간 들어가는 식이에요. 그런 시선의 배분에도 신경썼죠."

'올빼미'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신선한 캐스팅이다. '믿고 보는' 류준열과 유해진, 김성철과 조성하, 최무성 등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이 영화를 받쳐준다. 특히 유해진을 왕인 인조 역할로 캐스팅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유해진은 극에서 기존 왕들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처음에 누군가 추천해줘서 '유해진?' 하고 생각을 한참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역할에)유해진 만한 배우가 없는 거예요. 이건 신선하다. 애초에 인조는 기존 왕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나리오 때부터 생각했었거든요. 극 중 인조가 이형익(최무성 분)과 소용 조씨(안은진 분)와 함께 문틈으로 보는 장면 있는데 시나리오 쓸 때 인조에 대해서는 그 장면을 가장 먼저 떠올렸거든요. 약점과 의심을 가진 인조였죠. 그러고 보니 유해진 선배가 그런 장면에 너무 잘 어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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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과거 안태진 감독과 '왕의 남자'를 함께 했던 인연이 있다. '왕의 남자'에서 조연 배우와 조감독으로 함께 했던 두 사람은 무려 17년 만에 주연 배우와 감독으로 재회했다.

"유해진 선배를 10년 만에 봤는데 보자마자 이미 (인조 역할에)빙의돼 있으셨어요. 인조의 눈빛이 들어와 있었거든요. 앉자마자 인사하고 나서 '어떻게 지냈어?' 한 마디 안 하고, 인조 얘기만 하셨어요.(웃음) 불안한 눈빛을 보여주시면서...그냥 그날 제 앞에 인조가 앉아 있었어요. '왜 나를 캐스팅 했어?' 물어보시길래 '유해진이 하면 다를 것 같아서요' 했더니 끄덕끄덕 하셨어요. 미팅이 짧게 끝났어요."

1순위 배우들을 모두 캐스팅 한 후 안태진 감독은 "큰일났다, 이제 진짜 찍어야 하네"라고 생각하며 긴장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준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데는 2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감독인)제가 더 많이 승진한 건지, (주연 배우인)해진이 형이 더 많이 승진한 건지...(웃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왕의 남자' 촬영지였던 곳에서 촬영을 헀었는데 '왕의 남자'를 찍고 처음 간 거였죠. 17년 만에 갔더니 정말 많은 감정이 들어서 한 마디로 못 하겠더라고요. 그때 많이 뜨거웠어요. 한여름, 뜨거울 때 찍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서늘해진 상태에서 찍었거든요. 그때 느끼는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겠어요. 헌팅 갔을 때 그럤어요. 그런데 촬영 시작하고는 그런 감정을 느낄 새가 없었어요. 다음 거 어떻게 찍어야 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왕의 남자' 때부터 함께 이준익 감독도 많은 격려를 해줬다. 첫 촬영 때 촬영지인 담양까지 와서 슬레이트를 쳐주기도 했다고.

안태진 감독/NEW 제공

"이준익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읽고 '참 재미없다'고 하셨어요. 그때 시나리오가 촬영본에 가까웠는데, 그런 충고를 해주셔서 충고해주신 대로 고쳤는데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읽혀봤더니 다들 재미없다고 해서 원래 걸로 돌아갔어요.(웃음) 감독님은 드라마 영화만 머릿속에 계셔서 장르 영화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으세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아마 VIP 시사회 때 오셔서 보셔도 재미없게 보실 거 같은데…(웃음)"

오랜 시간 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 덕이 컸다. 안태진 감독 17년간의 시간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표현했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면 가족들이 군말 없이 따라와준 거예요. 저는 제가 좋은 일을 하니까 당연한 건데, 같이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내가 편집본을 봤어요. 무슨 말을 했냐고요? 그냥 수고했다고 말해줬어요. 원래 우리 가족이 말이 별로 없어요.(웃음)"

류준열이 '제작자의 마인드'로 열심히 소통하고 참여했다고 표현할만큼 '올빼미'는 스태프와 배우, 감독이 모두 힘을 합해 끝까지 최선을 찾으려 노력한 작품이었다. 안 감독은 영화 말미 등장하는 어떤 신에 대해서는 "100번 이상 고쳐쓴 장면"이라고 표현해 영화에 기울인 노력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시나리오 상태에서도 많이 고치고 수정했지만 영화를 찍으면서도, 편집을 하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은 '호평'이라는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올빼미'는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공개된 후 관객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안태진 감독/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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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나리오를 크랭크업 이틀 전까지 고쳤어요. 계속 고쳤어요. 이틀 전에 '나 이제 시나리오 안 고쳐도 돼' 하고 신나서 내던진 적도 있었어요.(웃음) 현장에서도 계속 만들어가면서 찍었고요. 저 혼자가 아니라 배우도 스태프도 이 장면을 어떻게 찍을까, 논의를 충분히 했고, 그렇게 논의한 걸 가져와서 또 의상 입고 리허설을 하면 달라져요, 다른 것들을 어떻게 반영할까, 같이 고민했어요. 나중이 돼서 손발이 잘 맞았어요."

장르물에 관심이 많다는 안태진 감독은 '올빼미' 이후에는 SF스릴러 장르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다. 가장 해보고 싶은 장르로는 '코미디'를 꼽아 놀라움을 주기도. 그는 코미디 장르를 언젠가 해보고 싶다면서도 "모두가 말리고 있다, 아무도 인정을 안 해준다, 내가 평소에 못 웃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본데"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느 순간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충분히 다 즐기시고 나가시다가 문득 생각나시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작은 질문을 하나쯤 가져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올빼미'는 주맹증을 다루다 보니 빛과 어둠을 다를 수밖에 없었어요. 빛과 어둠 그리고 경수가 맹인이기 때문에 안 보일 때 청각적인 측면들, 시청각이 중요한 영화인데 관객들이 극장에 오셔서 시청각적인 부분을 눈과 귀를 열고 보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극장에서 온전히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올빼미'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