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민 "'애프터 양', 美서 평생 세탁소한 母 생각나 눈물" [N인터뷰]①(종합)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
- 정유진 기자
(전주=뉴스1) 정유진 기자 = 존 조와 스티븐 연, 한국계 캐나다인 샌드라 오까지 여러 명의 한국계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과거 아시아계 배우들은 스테레오 타입의 조연 역할에 머무를 때가 많았으나 근래에는 K콘텐츠의 폭발적인 인기와 다양성을 위한 내부 자정의 효과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감독 코고나다)의 주인공 저스틴 민(32) 역시 미국에서 태어나고 한국 부모 밑에서 자란 교포2세로,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계보에서 '슈퍼 루키'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배우다.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작동을 멈추면서 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미국 작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원작 '양과의 안녕'(Saying Goodbye to Yang)을 영화화했다.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의 공동 연출로 이름을 알린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이 '콜럼버스'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 영화로 '미나리' 제작사 A24의 신작이기도 하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일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저스틴 민은 "아버지가 전주는 비빔밥이 굉장히 유명하다고 해서 비빔밥을 먹어보고 싶다"며 우리 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드러냈다. 대학 졸업 후 고민의 시간을 거쳐 배우의 길을 택한 그는 넷플릭스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벤 역할로 글로벌하게 이름을 알렸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저스틴 민의 팬들은 그의 생일에 맞춰 지하철 광고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한국 팬들의 따뜻한 사랑에 "실감이 안 날 정도로 감사하다"는 저스틴 민을 만나 한국계 미국인 배우의 삶과 가족, 현지의 배우로서 느끼는 K콘텐츠의 인기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현재 저스틴 민은 우리나라 회사인 에코글로벌그룹과 계약을 맺고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활동을 준비 중이다.
다음은 저스틴 민과 일문일답
-전주에 오고 나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도착한지 24시간도 채 안 돼서 사실 많은 것을 할 시간이 없었다. 어제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을 해서 의상 피팅을 바로 마치고 인천에서 바로 전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기자회견도 하고 개막식도 참석해서 잠을 조금 자고 하니까 시간이 다 갔다. 그래서 내일은 아마 시간이 좀 날 것 같아서 시간이 되면 한옥 마을을 방문하고 싶다. 우리 아버지가 비빔밥이 굉장히 유명하다고 해서 비빔밥을 먹어보고 싶다.
-영화 '애프터 양'이 개막작이기는 하지만 전주까지 오려고 생각하기까지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 데 결정적인 요인은 뭔가.
▶한국에 오는 결정은 굉장히 나한테는 쉬운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우리 부모님이 한국인이시고 내가 교포 2세다 보니까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그 기회를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그리고 또 아시다시피 그 밖에도 영화제도 있고 하니까 전주 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것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영화제에 온 것은 오랜만이고 특별한 경험일 것 같다.
▶정말 이렇게 직접 참석하게 돼서 매우 감사하고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칸 영화제가 있었을 때는 영화 촬영을 하고 있었고 격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참석할 수 없었고 선댄스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게 돼서 '와 기쁘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2주 전에 막바지에 또 취소를 해버렸다. 그래서 너무 슬펐는데 이렇게 직접 한국의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게 돼서 매우 신나고 기쁘다. 관중들과 함께 직접 함께 영화를 바라볼 수 있길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뜻깊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리밍 서비스가 지금은 굉장히 많은 인기가 있지만 영화관이 영원히 사라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애프터 양'이 3분 만에 매진 됐는데 혹시 그 소리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3분 만에 매진됐다는 소식은 처음이다.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관중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부모님이 이민을 가셔서 한인2세로 살아온 것으로 안다. 어떻게 이민을 가게 되셨나.
▶아버지가 필라델피아에서 석사를 하셨기 때문에 이민을 오셨고 부모님께서 캘리포니아로 이주를 하셔서 나도 캘리포니아 롱 비치에서 태어났다.
-배우 경력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사실 나는 대학에서는 정치 과학과 영어를 전공을 했고 그때 당시에 나는 대학을 졸업하면 변호사가 되거나 아니면 저널리즘 여러분들처럼 기자가 돼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막상 해보니까 사실 나한테는 그렇게 맞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살아야 되는가 이런 존재의 그런 고민을 하게 됐다. 그때 당시에는 집에서 '뭘 하고 살아야 되나'라고 고민도 하고 굉장히 슬펐던 시기였다. 차분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남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그럼 연기하는 것, 배우를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내 지인이 광고 모델을 캐스팅 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아시아인의 얼굴을 찾고 있어서 내가 오디션에 응하게 됐고 이렇게 광고를 시작하게 됐다. 그때 당시에는 '해봤자 손해 볼 거 없으니까'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다행히 좋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 배우로 순탄하기만 했으면 좋긴 하겠지만 사실은 굉장히 업 앤 다운이 많고 힘든 여정이었다. 그 과정 하나하나를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코고나다 감독과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3시간 동안 어떤 얘기를 나눴나.
▶미국에서 아시아계로 살아가는 삶,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삶이 배우와 감독으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얘기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화는 침묵이 스토리텔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모순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침묵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굉장히 큰 소리를 낸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침묵을 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님과 함께 침묵이 소통 과정에서 갖는 힘에 대해 얘기했다. 특히 나는 침묵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감정의 빈 공간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로봇처럼 보이기 보다는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 연기했다고 얘기했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했나.
▶캐릭터를 설정하고 잡는 데 있어서 3명의 주인공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신도 상상을 많이 했다. 제이크와 키라, 키라 미카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명의 캐릭터가 서로에게 하지 못하는 일들을 양을 통해서 많이 전달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누구보다도 이 캐릭터와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있고 그 관계에 대해서 그 관계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설정했다. 그래서 각각의 특색 있는 점을 잘 보여주고자 전달을 하고자 노력했다.
-저스틴 민이 연기한 양은 인간적이지만, 로봇 같은 느낌도 있었다. 로봇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제이크가 양을 어깨에 둘러업는 장면 같은 것은 어떻게 찍은 건가.
▶제이크가 양을 둘러업을 때 나온 건 내가 아니라 더미 복제품이었다.(웃음)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아티스트 분께서 몇 주간 나의 복제품을 만들었다. 나와 너무 똑같이 생겨서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영화에서 가슴을 열고 하는 장면에서도 당연히 내가 아니었다. 나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로봇으로서 이런 행동을 해야 된다, 아니면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면을 보여야 한다, 하고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부러 미스터리하게 갔다. 감독님과 나는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명확하게 가져가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신마다 어떤 신에서는 좀 더 인간적인 면을 강조를 했고 어떤 신에서는 좀 더 로봇적인 몸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했다. 굉장히 좋은 편집자님께서 이것을 아름답게 하나로 잘 결합을 해 주셨다.
-인간적인 면과 로봇 같은 면의 경계를 모호하게 가져가는 부분은 원래부터 의도했던 것인가.
▶인간적이고 로봇적인 면의 경계를 모호하게 가져가는 것을 처음부터 의도했다. 그리고 내가 두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는데 로봇으로서 어떤 말을 해야겠다, 어떤 행동을 해야겠다라기보다 이 로봇이 실제로 이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의도는 무엇일까를 하나하나 생각을 하면서 굉장히 인식을 하면서 연기를 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사실 우리 인간이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굉장히 무의식적으로 그냥 물을 마시고 그냥 화장실을 가고 너무나 일반적으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로봇으로 연기를 하면서 어떤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를 다 인지하고 행동을 했기 때문에 내게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연기를 했던 장면을 구체적으로 들어 본다면.
▶제이크와 키라가 함께 나비에 대해 얘기했던 신을 기억할 것이다. 여기서 원래 감독님의 의도와 내 의도는 감정을 배제하고 모노 톤으로 가져가는 거였는데 실제 여배우와 연기를 하면서 우리 둘 다 굉장히 감정이 차 올라가는 걸 느꼈고 나는 몇 군데 신에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당연히 그 신을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최종 편집본을 보니까 감독님께서 교묘하게 편집을 하셨더라. 키라가 '양이 그때 이렇게 울고 있을 것 같다'라는 그런 느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처음에 '애프터 양' 대본을 받고 울었다고 했는데 어떤 감정이었나.
▶시나리오를 받고 비행기 안에서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제 프레스 기자회견 때도 이후에 말씀을 드리긴 했다. 양의 캐릭터는 굉장히 늘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어린이의 오빠로서, 베이비시터 같은 사람으로서 그 역할과 의무를 굉장히 즐겁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하인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 하나하나를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수행했다. 그러한 역할을 하는 양을 보면서 나는 내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게 됐다. 부모님 세대는 자신의 교육과 꿈을 포기를 하고 가족을 위해서 희생을 했다. 우리 어머니만 하더라도 평생 세탁소를 운영을 하셨다. 굉장히 힘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늘 기쁘게 생활하셨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삶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의무를 수행하는 양에게서 감동을 받을 수가 있었다.
<【인터뷰】②(종합)에 계속>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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