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을 만나다] 박성호 "난 즐거움·행복 주는 사람, 계속 도전할 것"②

"코미디, 힘들지만 행복한 일…행복 샘 솟는 연못 같아"

편집자주 ...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코미디언 박성호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두 번째 주인공은 KBS 2TV '개그 콘서트'의 맏형 박성호(48)다.

지난 1997년 KBS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박성호는 '개그 콘서트'의 전성기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를 지켰다. 김원효 김재욱 정범균 이종훈과 함께 '쇼그맨'으로도 활동 중인 박성호는 언제나 코미디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천생 코미디언이다.

지상파 채널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코미디 무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박성호는 많은 관객들에 웃음을 전하기 위해 고민과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서울 CGV 신촌아트레온에서 공연 중인 '스탠드업 코미디 쇼그맨'으로 무대에 오른 것도 코미디 무대에 대한 박성호의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최근 뉴스1과 만난 박성호는 "지금 이렇게 힘들 때가 웃음이 필요한 때"라며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웃음을 전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공개 코미디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 "LP나 라디오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공개 코미디만의 감성과 느낌이 있다"라며 "무대라는 끈을 놓지 않는다면 소수지만 즐기시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하는 그의 코미디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 방송인 박성호 인터뷰. 2021.2.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박성호 편 ①에 이어>

-처음 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제가 학창시절부터 '독특하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제가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그림을 그리다가 다른 쪽으로 이런 끼들을 발산하고 싶었다. 그렇게 개그맨 시험을 두 번 봤다. MBC, SBS에서 봤는데 떨어졌다. 이후에 KBS에서 같은 학과 선배와 시험을 봤는데 그때 합격을 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랐다.

-개그 인생 최고의 전성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갸루상이나 앵그리버드가 있다. 그때가 2012년, 2013년 때니깐 제가 데뷔하고 나서 15년 만이었다.

-지금 다시 그때의 캐릭터를 필두로 내세워 개그를 이어가고픈 마음은 없나.

▶그게 과연 먹힐까라는 의문이다. 하지만 한번 그런 것도 배제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다르게 다가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고 모바일적으로 했을 때 재미를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코미디언 박성호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쉼 없이 달려온 개그 인생인데 힘든 적은 없었나.

▶내년이 (한국나이로) 50살인데 이때까지 쉬지않고 열심히 일을 하고 살았다. 그런데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던 것이 있었나 싶다. 하지만 아이들이 잘 크고 있으니깐 내가 행복한 것을 과연 찾아야 하나 고민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거다. 그래서 내가 생활하는 삶 속에 작은 것에서라도 행복을 찾자는 생각이다. 생각대로라면 어디 따뜻한 나라 가서 6개월, 아니 1개월 정도만 쉬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밥 먹고 아무 생각 없이 한달만 보내는 건 어떨까 싶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가지고 오면 기존에 하고 있었던 곳에서 나를 다시 써준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안 되는 거라면 차라리 일주일에 남는 한 시간, 두 시간 틈틈히 쪼개서 즐거움을 찾아가보자라는 생각이다. 그래야 내가 행복함을 느끼고 스트레스도 풀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사실 이게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한다. 하면서도 그 안에서 재미가 있다. 즐겁게 회의하고 재밌는 게 나왔을 때 희열감이 있고 무대에서 그걸 상연했을 때 보람도 있다. 그런 게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그런 거다. 지금은 근데 그런 행복한 일이 없으니깐 스트레스도 쌓이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코미디의 트렌드가 유튜브와 같은 기타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추세이기도 한데.

▶저는 아무래도 진한 개그들이 잘 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저에게 맞는 색을 모바일로 했을 때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저는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 도전을 하고 있다. 진짜 변화에 빨리 적응을 해야 살아남는 것처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지금은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공개 코미디는 얼추해도 80점 이상을 맞았는데 (새로운 환경에서는) 공부를 해도 30점, 20점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제 생각보다는 젊은 후배들이랑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견도 물어본다. 젊은 친구들이 감각도 좋지 않나. 옛날에는 선배고 그렇게 했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저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공개 코미디는 아예 없어진 게 아니다. 그쪽의 노하우는 그쪽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새롭게 배운다는 느낌으로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코미디언 박성호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은 제가 끌고 간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같이 가는 거다. 제가 알고 있는 노하우도 있고, 신인들의 참신함이 있으니깐. 그런 걸 같이 하면서 같이 가는 거다. 누가 끌어준다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

-개그맨 박성호에게 무대란 어떤 의미를 가지나.

▶무대라는 곳은 내가 가장 활기차게 놀 수 있는 곳이다. 올라가면 즐겁고 신나고 그렇다. 정말 모든 무대가 즐거웠다. 긴장이 되고 이런 것도 있지만 새로운 관객들을 만날 때 그런 즐거움이 크지 않았나 싶다.

-박성호에게 코미디란.

▶저에게 코미디는 행복을 샘 솟게 하는 연못이다.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거다. 웃음이 마르지 않는다. 항상 즐겁고 또 해서 재밌다.

-어떻게 보면 웃음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저는 이러한 기회가 막혀 있다고 보기 보다는 다른 길을 뚫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웃음을 줄 수 있는 게 무대에서 분장하고 그런 것 뿐아니라 '가요무대' 나가서 노래 잘 부르는 것도 웃음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결국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연기로 주느냐 음악으로 주느냐, 즐거움을 주기 위한 하나의 목적은 똑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