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형진, 언제든 열려있는 26년차 배우(인터뷰)
- 권수빈 기자
(서울=뉴스1스타) 권수빈 기자 = 배우 공형진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이런 본격적인 악역은 의외로 처음이라고 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를 연출한 최문석 PD와는 SBS 1기 동기로, 1991년 함께 공채로 들어왔다. 최 PD가 CP로만 있다가 오랜만에 직접 연출에 나서면서 공형진에게 연락을 했을 때 공형진은 어떤 역할인지 듣지도 않고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다. 공형진은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이라길래 더 출연하겠다고 했다. 시놉시스를 받고 너무 매력적이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가문 시리즈에서 같은 귀여운 악역은 해봤지만 그건 극적 재미를 주기 위한 인물이었어요. 이번에는 호흡이 긴 드라마에서 늘 대척점에 서있어야 하는 악역이었죠. 극중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고 중요한 포지션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었고요. 보는 분들이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인물에 개연성과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애썼던 것 같아요."
때문에 분노 유발자라는 수식어는 오히려 그에게 듣기 좋은 말이었다. 공형진은 "사적인 공간에 갔을 때 드라마 잘 본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얄미워요'라는 말도 들었고 어떤 동네주민분은 '잘 도망다니세요'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굉장히 기분 좋았다. 우리 드라마를 몰입해서 봐주시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 변신을 해야한다는 강박은 없었지만 그동안 안 해본 것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그리고 '애인있어요'를 통해 그런 기대감이 충족되기도 했다. 그는 "인물의 성향이 대동소이 해도 다 같은 인물은 아니지 않나. 그래도 안 해본 것에 대한 나름의 기대감이 있을텐데 '선택하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들 때는 배우로서 카타르시스가 있다. 이런 어려운 숙제를 잘 해냈을 때 오는 쾌감을 기대하긴 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해야 정형성을 탈피하면서 나만이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색깔이 될까 싶었어요. 요즘 같이 악역이 회자되는 분위기에 편성되기는 싫었고요. '베테랑' 조태오나 '리멤버' 남규만 같은 역할은 유아인, 남궁민이 후배들이지만 잘 해냈잖아요. 민태석은 이 둘과 달라요. 이 둘은 힘을 갖고 있던 실세였고 민태석은 그 범주에 들어가려던 주변인이었어요. 처세나 신세가 얼마나 위태위태했겠어요. 그런 부분이 표현돼 있어서 좋았죠."
그는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좋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공형진은 "(김)현주는 내가 본 연기자 중 아주 똑똑하고 잘 하는 배우다. (지)진희씨 같은 경우도 좋아하는 동생이고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잘 해낸 것 같다. 독고영재 선배, 김청 누나 다 선배들이 자기 포지션을 잘 지키고 있으니까 안 좋을 이유가 없없다"며 특히 "현주는 머리와 가슴이 혼용 탑재돼 있다. 아주 적절하게 잘 섞어서 요리할 줄 아는 7성급 호텔 셰프 같은 배우다"고 극찬했다.
연기 활동과 함께 그는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MC를 맡고 있다. 같은 연예인으로서, 많은 배우들과 친분이 있는 그로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것 같았다. 공형진은 "좋은 일이면 미화시킬 수도 있지만 만약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 민감한 부분이라 쉽지 않다. 그래도 늘 제작진에게 팩트를 말하는 건 맞되 마지막에는 휴머니티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상황이나 방향에 따라 갱생할 수 있을만한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사실 조심스럽고 안타까워요. 그러나 인생을 살다보면 당연히 안 좋은 일도 있고, 좋은 일이 많다고 서로가 믿고 있어야 얘깃거리도 흘러간다고 믿고 싶어요. 그런 부분을 작가들과 늘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어요. 좋은 얘기, 재밌는 얘기, 비전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어요. 늘 의견을 개진하는 편이에요."
지난해 MBC '복면가왕'에 출연한 것도 상당히 의외 선택이었다. 그는 "사석에서 노래를 한 번씩 할 기회가 있지 않나. 누가 '복면가왕'에 나가보라고 하는 거다. 정말 나가볼까 싶었는데 프로그램 측에서도 좋다는 반응이 왔다"며 "그쯤 나름 집안일이 마무리되면서 '나는 잘 살고 있어, 앞으로도 잘 할 거야' 하는 마음으로 나간 것도 있다. 물론 그것보다는 재미 삼아 나간 게 더 크다. 1라운드에서 떨어지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나는 딱 거기까지였다"고 했다.
공형진 하면 인맥이 넓은 배우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는 "그렇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나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꽤 오래 가는 편일 뿐이다"고 했다. 톱스타들이 상당한 배우 모임도 때때로 화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그는 2년이 넘도록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공형진은 "모임에 나갈만한 정신적 여력이 안 된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나가려고 한다. 벌써 10년이 넘은 조직이고 언제든지 고향 같은 곳이기 때문에 2년 정도 있다가 나간다고 해서 어색해지는 사람도 아니다. 궁금하고 보고싶다"고 털어놨다.
그를 배우로 지탱하게 한 것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지나간 것에 후회하지 않는 성격에 있을 수도 있다. 공형진은 "혼자서 '난 천재야'라고 말한다. 끊임 없이 주입을 한다"고 했다.
"제가 무슨 진짜 연기 천재겠어요. 자기암시 같이 저한테 끊임 없이 주입을 하는 거죠. 그래도 대본은 빨리 외우는 편이에요. 덮어놓고 상황을 그려요. 생각한 것보다 덜 나온 것 같으면 당연히 스트레스 받지만 그때 뿐이에요. 이왕 지나간 거 후회하면 뭐하겠어요."
25년간 연기자 활동을 해온 그이지만 작품 속 배역이 모두 다 다르듯 그도 안 해본 역할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공형진은 "지금까지 했던 코미디 연기도 그게 다가 아닐 것이고, 악역을 이번에 했지만 이게 다가 아닐 거다. 그래서 그런 역할들을 기다리는 기대감도 있다. 드라마든 영화든 굉장히 철 없는 망나니가 뭔가를 이루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코미디든 정극이든 좋다"며 언제든 열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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