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이유 있는 고집(인터뷰)

(서울=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 = 공유는 '부드러움의 대명사' 같은 배우다. 캐릭터를 통해 많은 변신을 거듭해왔음에도 불구, 여성팬들은 커피 CF 속 젠틀한 그의 모습이 '진짜 공유'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에 안착할 법도 한데, 공유는 그런 법이 없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정통 멜로 '남과 여'로 돌아온 그의 모습이 그랬다. 첫 멜로 도전작이라 하여 드디어 여자들이 좋아하는 공유로 돌아오나보다 했더니, 멋대로 유부남이다. 게다가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라니.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한결 깊어진 눈빛과 연륜이 물씬 느껴져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단 생각이 든다.

공유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 News1star/ 고아라 기자

최근 영화 개봉을 맞이해 만난 공유는 진중한 역할로의 변화가 의도된 것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뭔가 꼭 그림을 미리 의도해서 퍼즐을 맞춰나가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제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묻어나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니까 필모그래피를 모아보면 변화에 대해 (주변에서)말하는데, 처음부터 완벽하게 노림수를 두고 정할 수는 없어요. 영화에서 다룰 수 있는 얘기들에 흥미를 갖죠. 표현의 제약이 없고 폭이 넓은."

판타지는 어느 작품이든 존재하지만 그쪽으로 중무장하는 것보다는 사실과 닿아있는 이야기들에 끌린다고 했다. 그는 나이를 한살한살 먹으면서 그때의 생각과 감성이 선택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람들이 원하는 '공유의 모습'에 대해서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말랑말랑한 판타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는 지금의 자신이 좋다고 털어놨다.

"주변에서는 '커피프린스' 같은 걸 하라고 해요.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 닫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뻔한 얘긴 안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로맨틱코미디를 드라마로 만드는데 뻔하지 않기가 어렵죠. 전형적 구조가 쉽게 바뀌진 않을 거 같아요. 디테일한 만듦새의 차이로 승부를 보는 거죠.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같은 경우도 클리셰의 연장이고 뻔한 작은 얘기들이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재밌게 보니까 만드는 거죠."

공유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 News1star/ 권현진 기자

공유는 영화에서 반복되는 식상한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남성영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형사, 조폭 등 강한 남성상이 대변하는 늘 중복되는 직업군들이 있어요. 한번쯤 하지 않겠나 싶지만 식상하긴 하죠. 연기를 하는 입장에선 또다른 옷을 입고 싶은데 만드는 이들 입장에선 뭐가 잘되면 그리 쏠리는 느낌이 들어요. 돈이 되니 투자가 되고 여러 배급사들이 그런 영화를 주로 선정하고. 이렇게 되풀이되다보니 다양성과 균형감이 떨어진다는 게 관객 입장에서 아쉽죠."

많은 시나리오 중 그가 선택한 작품은 '남과 여'였다. 전도연이 오랜 기간 준비한 작품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털어놨다.

"전도연 선배님이 2년 정도 기다리신 걸로 알아요. 많은 남자 배우 분들이 시나리오를 봤다고 들었고요. 저에게 시나리오가 왔을 때 '내 차례가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연 선배님은 '공유가 이거 할까?' 걱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주는거면 절대 시나리오를 주지 말라고 하셨대요. 그런데 제가 달라고 했어요. 시나리오가 궁금했던 게 사실이거든요."

공유는 빠르게 출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막상 결정을 하고 보니 걱정이 밀려왔다고. 자신보다는 전도연의 감정 이입이 어려울까봐서였다. 같은 소속사 선후배로 오래 봐온 사이이기 때문이다.

"저를 남자로 보는 게 힘들면 어떡하나 걱정이 있었어요. 작품 끝나고 난 다음에 선배님이 '남자로 느껴졌고 사랑 받는 느낌이 있었다'고 얘기하는데 너무 다행스럽게 느껴졌어요. 선배고 나이가 많아도 저는 관객으로서 배우로서 좋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영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감을) 받기만 하진 않은 거 같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내내 공유는 상대역 전도연에 대한 칭찬을 쉬지 않았다. 그의 말 한마디한마디에서 선배에 대한 존경심이 물씬 묻어났다. 전도연 역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공유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서로를 향한 신뢰감은 '남과 여' 속의 자연스런 호흡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처럼 주연 배우들 역시 색다른 감흥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uu84@news1.kr